110弗 돌파한 유가 "막을 방법이 없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3.13 15:30

펀더멘털 떠난 유가, 공급 증가도 역부족…소비시장 영향 가시화

"펀더멘털을 벗어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도 넘어섰다"

그야 말로 거침없는 상승세다. 유가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사상 최고치 경신'이란 단어를 매일 듣다보니 이젠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유가에는 약달러에 따른 대체 투자 유입 등 수급이라는 펀더멘털을 벗어난 비정상적 요인들이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취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점은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란 불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 펀더멘털-유가 괴리, WTI 장중 110불 돌파

그동안 재고 감소에 즉각 급등세로 반응하던 유가는 최근에는 재고 증가 소식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수급은 가격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08%(1.17달러) 오른 배럴당 109.92달러를 기록, 종가 기준으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WTI 유가는 장중 한때 110.20달러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상회했다.

WTI 유가는 지난 1년새 무려 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7% 떨어졌고, 다우지수 역시 1.7% 하락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 역시 종가 106.27달러, 장중 106.4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배럴당 110달러 마저 넘어선 유가는 신용경색으로 가뜩이나 침체에 직면한 미국 경제에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자 유가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기 시작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 약달러, 헤지 투자 유발

달러/유로 환율은 1.5587달러까지 치솟으며 1999년 유로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가치 급락은 투자자들을 금융자산에서 금, 원유 등 원자재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팀 에반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의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실제 원유를 사용할 목적보다 약달러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투자로 원유를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트완 하프 뉴엣지 USA의 에너지 리서치 헤드는 "원유는 펀더멘털이 아닌 다른 자산과의 비교에 우위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고 있다"면서 "달러 가치 하락은 올해 그 어느때보다 강한 원자재 가격 랠리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유가 필요한 정유업계 등이 유가의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투기자금과 대형 투자펀드는 유가 상승 가능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 전문가 "유가 악영향 가시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도 전세계 경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던 전문가들 마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수급이라는 펀더멘털로는 유가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가 연료를 덜 소모하는 연료효율적인 경제로 성장해왔고, 원유를 대체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사용이 늘고 있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더라도 전세계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상식 밖의 급등세를 지속하자 석유 전망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더멘털과 유가간 괴리가 커짐에 따라 예측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크리스 라파키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로 인해 소비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유가가 1달러 인상될때마다 소비시장에는 50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1200억달러의 세금 환급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고유가가 이러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악의 경우 유가 200불 전망도

스탠더드앤푸어스(S&P) 베스 안 보비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신용경색 등 경기 불안 요소를 감안할때 유가 100달러 돌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유가가 115달러까지 오를 경우 미국 경제는 2009년 상반기까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 상황에서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 안정과 인플레이션 하락 등 다른 금융시장이 안정돼야지만 유가도 안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가 최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3년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지난 7일 유가 평균치를 올해 95달러, 내년 105달러, 2010년은 110달러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원유공급 증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제성장이 회복되거나 원유공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200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