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결국 올 것이 왔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3.13 15:59

베어스턴스, 칼라일 등 경색, 어두운 분위기

뉴욕증시가 '금융기관 부도'라는 최대 악재에 직면했다. 나스닥100, S&P500 지수선물은 동반 급락, 어두운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 여파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면서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막중한 짐을 안겨줬다. 최근 한달간 청산되거나 환매 금지를 단행한 헤지펀드가 십여 개에 달하며 칼라일그룹이 주요주주로 있는 칼라일 캐피털이 파산에 직면했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는 "우리의 재무건전성은 문제 없다"는 연이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베어스턴스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다.

◇베어스턴스를 보는 흉흉한 시각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 및 파산과 관련된 소문은 이미 1~2주 전부터 나왔다. 그러다 주초 한 인터넷 금융정보 사이트에 루머가 게시되며 소문이 급격히 확산됐다.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의 유동성 위기설을 일축했다. 회사가 부도날 수 있다는 시장의 루머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슈워츠 CEO는 1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어스턴스가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또 베어스턴스의 현재 현금 보유 수준이 170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변동이 없을 뿐 아니라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순익 전망치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흉흉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베어에 맡긴 돈을 빼 다른 브로커리지로 옮길 정도였다. CEO의 해명으로 반등하던 주가는 다시 2.2% 하락, 5년 이래 최저가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은 베어의 파산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주중 5년 이내 베어 채권의 파산에 대비해 가입하는 연간 보험료는 1000만불당 65만5000달러로 높아졌다. 이는 경쟁사에 비해 2배 내지 3배 많은 금액이다. 2주 전만해도 베어의 보험료는 30만달러에 그쳤다. 전날 종가는 58만달러였다. 리먼 브러더스의 경우 36만5000달러로 베어보다 매우 적었다.

국제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주초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알트에이(Alt-A) 모기지 담보부증권 가운데 163개 세부 부문의 투자등급을 하향했다.

◇씨티 주가는 20달러도 이탈
이번 신용경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은 미국 최대인 씨티그룹이다. 대형 은행 부도설의 원조도 씨티였다. 1월중 씨티가 배당금을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부도설까지 부풀리며 금융시장을 강타하기도 했다.

이달초에도 씨티는 수난을 당했다. 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이 "씨티그룹은 외국 국부펀드등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현금을 수혈받아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씨티 경영진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고 즉각 반박했다.
연이은 위기설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씨티의 현실은 가혹하다.

세계적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1월 중순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S&P의 조치는 씨티그룹의 4분기 실적이 196년 기업사상 최악인 9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직후 이뤄졌다. 씨티는 4분기에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180억달러의 자산상각을 단행했다. UBS의 상각 14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씨티그룹은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해외투자자로부터 총 145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키로 했다.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씨티는 이후에도 줄곧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급기야 주가는 지난 10일 19.69달러까지 이탈해 21세기 최저가를 경신했다.

◇칼라일 캐피털, 마침내 파산..마진콜 위기 증폭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투자회사인 칼라일 캐피털의 자산이 채권단에게 압류될 것이라고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칼라일 캐피털은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 위기를 점화시켰던 장본인이다.

압류 이후 남은 것은 파산 절차다. 칼라일 그룹의 명성에 금이 갔으며 금융시장은 칼라일 캐피털 사태로 인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부도 압력에 시달린 칼라일 캐피털은 주초 채권단에게 16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에 대한 담보 유동화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도이체방크, J.P.모간체이스 등은 217억달러 규모의 칼라일 캐피탈 소유 모기지 자산 매각을 개시했고, 지난 10일까지 매각 규모는 57억달러에 달했다. 자산 매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으로부터 마진콜 압력을 받고 있는 칼라일캐피털 등 투자 펀드들은 신용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은행의 마진콜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헤지펀드는 줄도산 위기..돈줄이 말랐다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청산, 환매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자금 조달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유명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출신들이 설립한 뉴욕 소재 드레이크 운용의 최대 헤지펀드가 청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드레이크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11장의 편지를 통해 3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오퍼튜니티 펀드'에 대한 청산 또는 단기간 환매 중단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블랙록 멤버였던 안토니 페일리스와 스티브 루트렐이 2001년 설립한 드레이크는 지난해 12월 이 펀드에 대한 대부분의 환매 요청을 거부했다. 연간 손실만 25%에 달했다. 드레이크의 운용 규모는 130억달러 정도다.

하루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의 고 캐피탈 자산운용사도 고객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8억8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오퍼튜니티 펀드'의 환매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하는데, 신용경색으로 거래 자체가 위축돼 있어 제값에 팔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달 15일 이래 54억달러 이상의 헤지펀드들이 청산되거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펠로톤 파트너스의 ABS펀드, 테케스타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모기지 펀드가 위기를 맞았고 포커스 캐피탈 인베스터스도 같은 상황에 빠졌다.

지난 한달간 청산되거나, 비자발적으로 자산을 매각했거나 또는 신규 자금 수혈을 요청한 헤지펀드는 십여 개에 달한다.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용경색으로 1900억달러의 자산 상각을 단행한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대출이 필요한 담보 조건도 한층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다. 제 앞가림도 힘든 은행들이 헤지펀드가 원하는 대로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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