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삼성'사건 이재용 전무 무혐의 이유는?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03.13 14:38

적정한 경영 판단으로 지분 매수...시민.사회단체 반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e삼성 지분인수 사건'의 피고발인 전원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것은 e삼성 관련사 지분이 적정 가격에, 적법절차를 거쳐 팔렸고, 매수업체에 해를 끼칠 목적이 없는데다, 오히려 적잖은 투자이익을 올렸다는 삼성 특검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전무의 지분이 9개 삼성 계열사들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옛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지시를 받은 것은 맞지만, 실제 각 계열사들은 자체적으로 투자 적정성을 판단, 이사회 결의 등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적정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e삼성' 사건은 지난 2001년 'e삼성' 대주주였던 이 전무가 인터넷 사업에 실패하자 삼성SDI 등 9개 삼성그룹 계열사가 이 전무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그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떠안았다는 게 핵심. 이로인해 지난 2005년 참여연대로부터 '배임죄'로 고발된 관련자만 모두 28명에 이른다.

특검팀은 이 전무의 지분 처분에 옛 구조본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 전무가 대주주로 참가한데다 △'e삼성', '가치네트', 'e삼성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등 4개 회사 임직원이 대부분 삼성 임직원이었고, △지분 인수관련 보도자료가 나온지 불과 나흘만에 제일기획 삼성SDI 등 9개 삼성 계열사가 e삼성(240만주), e삼성인터내셔널(480만주), 가치네트(240만주), 시큐아이닷컴(50만주) 등 이 전무가 보유한 벤처사업체 주식 전량을 500여억원에 일사불란하게 매입한 점 등이다.

옛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당시 이 전무와 함께 주주로 참가했고 이 전무 소유 주식 등이 모두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관리했던 점 등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 특검팀이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제일기획 등 9개 계열사들이 e삼성 등 4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적정가에 인수함에 따라,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방식의 '배임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계열사들이 구조본의 지시를 받아 지분을 인수한 것은 사실이나, 인수 당시 주식 가격은 참여연대의 주장과 달리 적정하게 매겨졌다는 의미다. 최대주주의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실려 통상 30% 정도의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 마련인데 이 전무의 지분은 이런 '프리미엄'이 없이 팔렸던 점 등을 주목한 것이다.

무리한 인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도 주요 잣대가 됐다. 9개 계열사들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가장 보수적인 평가방법인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순자산가치평가법'으로 주식가격을 계산해 e삼성 지분을 인수한데다 이사회 결의까지 거쳐 '무리한 인수'로 보기 어렵다고 특검팀은 결론내렸다.

이밖에 e삼성 등 4개 회사들이 인수 당시에는 부실한 상태였으나, 후에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면서 9개 계열사들이 통털어 약 2000억원의 투자이익을 본 것도 무혐의 판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준웅 특검도 'e삼성' 사건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기업경영 및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투자와 관련해서는 배임죄를 잘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법은 (기업 경영과 관련된 사건에는)최소한도로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현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특검팀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의 첫 단추격인 'e삼성'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함에 따라 특검팀의 나머지 수사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특검팀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e삼성' 사건에도 관여한 정황을 일부 파악하고도 처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특검의 수사의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오후 1시40분께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 사법 당국의 현 주소를 보여준 결과"라며 "특검 수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 경영권 승계란 것이 '윗선'과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인데 특검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린지 모르겠다"며 "특검 입장처럼 기업 운영과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배임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게 이뤄질 경우 앞으로도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악용한 범죄행위가 만연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일단 지분 매입으로 인한 손실액이 50억 원대인 제일기획과 삼성SDS 소속 임원들에 대해 항고할 예정"이라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인 만큼 향후 검찰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 특검은 "e삼성 사건의 초점은 구조본 개입 여부가 아니라 계열사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분을 인수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물론,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등 나머지 사건은 구조본 개입 여부가 핵심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아마 계열사들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피고발인들의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배임죄의 경우 관련자들의 고의성을 밝히는 게 초점인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적용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참여연대 등은 지난 200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가 주도했던 'e삼성'이 막대한 적자를 내자 9개 삼성 계열사가 이 전무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이 전무의 지분을 사들였다"며 이 전무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검찰에 배임죄로 고발했었다.

한편 'e삼성' 사건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삼성 측은 "오해를 풀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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