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2 = 가즈프롬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6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않았다며 가스 공급량을 25% 감축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가스관을 폐쇄, 서유럽지역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를 막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자원부국 러시아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상 변화의 핵심에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어로 '가스'를 뜻하는 '가즈'와 '회사'를 뜻하는 '프로므쉴렌노스트'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말 그대로 '가스회사'란 이름의 가즈프롬은 러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책임지면서 러시아가 2000년 이후 연 7%대의 고도성장을 이어오고 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최근 정권을 잡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가즈프롬 회장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러시아에서 가즈프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지 기업의 한 관계자는 "가즈프롬은 곧 러시아이자 정부"라며 "가즈프롬을 얘기하지 않고는 러시아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가즈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강한 러시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며 "가스는 러시아에 돈 뿐만 아니라 '자원무기'라는 권력도 안겨줬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모스크바 남쪽 나묘트키나 거리에 있는 가즈프롬 본사에서 만난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경영위원회 의장 홍보담당비서도 가즈프롬이 "직원 수만 43만명에 이르고 세금도 1년에 2조5000억원을 납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일자리 창출이나 세수 확보에서 가즈프롬이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즈프롬이 보유한 천연가스 양은 약 29조㎥. 전세계 가스 생산량의 20%, 러시아 생산량의 85%를 담당하며 32개국에 수출한다. 가즈프롬은 2005년에 처음으로 미국에 LNG 공급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는 영국과 일본 등에도 LNG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가즈프롬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150만t을 수입한다.
쿠프리야노프 홍보담당비서는 "앞으로도 가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수요자들은 계속 자원 공급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가스와 석유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또 "현재 러시아 경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자원 관련 분야가 뜨고 있는 분위기"라며 "2037년까지 유럽과 가스 공급계약이 되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가즈프롬은 올해 초 시가총액이 3450억달러에 증가해 엑손모빌과 BP에 이어 세계 3위의 에너지기업으로 우뚝섰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가즈프롬의 순이익이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300%, 총 1263% 이상 폭증한데 따른 것이다.
가즈프롬은 순익 확대를 통해 주가를 더욱 끌어올려 10년 내에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기업인 미국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4400억달러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가즈프롬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하게 되면 우리나라나 네덜란드, 호주 등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가즈프롬이 러시아에서 차지하고 있는 파워와 권한이 이처럼 막강하기에 유능한 인재들은 모두 가즈프롬으로 몰린다. 가즈프롬 본사 직원 25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이 모스크바국립대와 바우만공대 등 러시아 명문대 출신이다.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해외파도 약 25%나 된다. 러시아 젊은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가즈프롬을 꼽는다.
쿠프리야노프 홍보담당비서는 원하는 인재상과 관련,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 에너지(가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모스크바에 있는 석유 관련 전문 대학교에 관심이 많은데 그곳에서는 에너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또 "회사 내에도 전문가 육성과정이 있으며 대학과 산업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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