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세마녀 심술과 1600선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3.13 08:29
하루짜리 급전을 돌려쓴 것에 불과했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2000억 달러(194조2600억원) 규모의 '돈폭탄'도 시덥잖게 여겼다.

어디가 아픈지는 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전이되는 암세포가 어디에 퍼져있는 지를 모른다. 속은 곪아가는 데 하나씩 발견되는 환부에 진통제만 놓는다.

공포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몸이 아픈 경우 환자 당사자나 의사,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상을 뒤엎고 수시로 드러나는 발병처와 백약이 무효라는 끔찍한 악몽이다.

갖은 약을 처방해도 땅 속 두더지가 불쑥 머리를 내밀 듯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면 한계심에 자괴하고 만다.

밤사이 미국증시가 소폭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46.57포인트(0.38%) 떨어진 1만2110.24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1.88포인트(0.9%) 내린 1308.77. 나스닥지수는 11.89포인트(0.53%) 하락한 2243.87로 장을 마쳤다.

194조원대의 유동성 공급도 '근원적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단기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초반 150포인트 상승세를 무색케 했다.

국내증시도 어제 '미국산 신약'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늘은 밤새 확인된 미국의 실망감이 전이되면서 초반에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오늘은 선물, 옵션, 개별주식옵션의 3개 파생상품의 만기가 일치하는 트리플위칭데이다. 전문가들은 그다지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세마녀'가 심술이라도 부리기라도 한다면 곤란함이 더해질 것 같다.

문제는 1600선 사수다.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600선을 지키지 못하면 국내증시는 다시 소용돌이칠 가능성이 높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미국 증시가 의미 있는 상승세로 전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만큼 어쩌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제와 증시는 버냉키의 '돈폭탄'앞에 급증한 유동성으로 약한 달러와 비싼 원자재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 분담을 강요 받을 지도 모른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어려워 신흥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우리 시장도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 기업이익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만 주가 방향성을 상승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못박는다.


당장 시급한 것은 심리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 마지노선이 1600선 사수라고 보면 오늘 증시는 1600선 지탱이 화두로 등장할 것같다.

12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1658.83. 최근 변동성을 보면 하루에 58포인트 정도는 쉽게 왔다갔다 한다.

삼성증권은 오늘 선물옵션 만기일에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가 감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 관련 매물은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특히 만기일 이후인 14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18일 FOMC 회의
에 초점을 맞출 필요를 권고하고 있다.

'샌드위치'신세의 한국증시는 중국증시의 움직임에도 민감해야 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산을 하나 넘으니 또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미국발 리스크는 FRB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급한 불'이 꺼진다고 치자. 하지만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실적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또 국내증시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의 움직임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영향을 많이 받는 중국 증시가 긴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공급물량 압박, 이익모멘텀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조정 예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변동성이 높은 기간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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