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부동산 민간경매 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정진우 기자 | 2008.03.12 18:56

투자자 300여명 북적…32건 중 4건 낙찰

국내 첫 부동산 민간경매가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경매 현장에는 물건을 내놓은 공인중개사, 경매 투자자, 예비 투자자 등 300여명이 몰려 북적댔다.

야구모자를 눌러쓴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아이를 안고 온 주부, 돋보기 안경을 쓴 할아버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경매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보증금 100만원을 예치한 투자자는 34명. 이들은 큼직한 번호판을 하나씩 들고 경매장 맨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뒷쪽 좌석은 경매 관계자와 예비 투자자들이 모두 메웠다. 좌석이 부족해 앉지 못하고 서서 경매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경매는 오후 3시30분쯤 시작됐다. 주최측인 지지옥션은 부동산 경매에 앞서 미리 준비한 황금열쇠(금 3.75g·1돈)를 경매에 부치는 등 투자자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경매는 경매사가 제시하는 호가에 번호판을 들어 응찰의사를 표현하는 호가 경매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호가(감정가 또는 감정가보다 낮은 매도자 희망가)에 응찰자가 없으면 곧바로 가격을 5% 낮춰 2차 경매에 들어갔다. 속도가 매우 빨라 32건 경매가 40분만에 끝났다.

경매 물건은 아파트 4건, 상가 13건, 근린주택, 다가구, 타운하우스, 토지, 펜션 등 총 32건이었다. 가격대는 감정가 110억원대부터 6000만원대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다.

전체 물건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라이프콤비아파트 △충남 천안시 신당동 임야 △경기 시흥시 정왕동 상가 △경기 고양시 설문동 토지 등 4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여의도동 라이프콤비아파트(감정가 6억4000만원)와 정왕동 상가(5억7000만원)는 감정가와 관계없이 1000만원부터 호가를 시작하는 절대경매 물건으로 인기를 끌었다.

경매사가 제시하는 호가에 5∼6명의 응찰자들이 연신 번호판을 들었다. 입찰 경쟁은 치열했지만 이들 물건의 낙찰가는 각각 5억5000만원으로 감정가보다 낮았다.

참가자들은 딱딱한 법원경매와는 다른 분위기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응찰하지는 않았다. 보증금을 낸 투자자 가운데 번호판을 한번도 들지 않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경매장을 찾은 김모씨는 "부동산 민간 경매가 처음 열린다고해서 왔는데 물건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여러 가지가 걱정돼 응찰은 하지 않았다"며 "매달 경매를 진행한다니 몇차례 지켜본 후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고양시 토지를 낙찰받은 김수진(61)씨는 "평상시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적합한 물건이 나와 경매에 참여했다"며 "감정평가,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기본적인 검증을 거친 물건을 싸게 낙찰받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여러 단계 검증을 통과한 우량 물건만 경매시장에 선보인다"며 "지금은 법원경매보다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매달 한번씩 경매를 진행해 거래 실적이 쌓이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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