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맨' 자진 사퇴론 논란 확산

여한구.이학렬 기자 | 2008.03.12 17:08

원내대표 이어 장관까지 가세-해당 인사 거취 주목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에 이어서 장관들까지 '참여정부 인사 자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과 부처 산하기관의 수장들을 사실상 강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신-구 정권'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관가와 정치권에서도 "정치적 관례에 따라 깨끗하게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위적 청산을 위한 독재적 발상"이라는 의견이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목소리 높이는 MB맨=포문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열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추종세력은 정권을 교체시킨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분들이 재신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 도리이자 관례"라며 "새 정부와 이념이 다른 분들이 남아 있는 것은 새정부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공격했다.

12일에는 이명박 정부 첫 장관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전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도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게 자연스럽다"고 동조했다.

◇커지는 논란=정치권은 이 같은 이명박 정부 주요인사들의 잇단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안 원내대표 등이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맨'들을 공격 함으로써 대선 때 재미를 봤던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다시 살려내고 싶은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사회 전 분야를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맹비난 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권력이 언론계와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독재로 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답게 드디어 독재본색, 공안본색을 드러냈다"고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대선에서 활약한 인사들과 다가오는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들을 위한 '자리 챙겨주기'를 목적으로 '사전 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은 '노무현 맨' 거취 주목='참여정부 인사 퇴진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권이 퇴출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노무현 인사'가 누군지에도 눈길이 간다. 또 지목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참여정부 인사로 지목되는 이로는 2009년 11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정연주 KBS 사장과 2009년 6월이 임기만료인 전윤철 감사원장이 있다. 이 중 정 사장은 "바위처럼 자리를 지키겠다"고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 산하기관장 중에서는 환경부 장관을 지낸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재용 이사장, 역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전 농림부 장관 출신 허상만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청와대 인사수석을 맡았던 김완기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교체대상 인사로 거론된다.

지목된 과거정부 기관장 중에서는 이재용 건보공단 이사장처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요청이 오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공·사석에서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좌파인사 청산론'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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