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란? MB정부의 '재벌 견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3.12 15:08

정몽구·박용성 회장 이사선임 반대…"친기업·친재벌은 다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중인 회사에 대해 강력한 견제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차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명박 정부의 기업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이면에는 '재벌·족벌경영에 대한 견제'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MB 정부는 인수위원회 때부터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에는 어떤 형태로건 신 정부의 기업·재벌정책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 측이 밝혔듯 국민연금의 지분율(4.56%)을 감안하면 정몽구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해도 실효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횡령과 배임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낸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

금 측은 특히 현대차에 대한 결정에서 경영실적보다는 주주가치를 우선한다고 했지만 그 배경에는 '잘못된 경영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는다'는 큰 원칙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국민연금의 행보는 파행 재벌경영에 대해 '경고' 차원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 정부의 기업·시장전략의 핵심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친기업과 친재벌은 분명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고 운을 뗀 뒤 "현대차그룹 두산중공업그룹 등에서 불거진 재벌경영의 폐해는 여전히 상당수 그룹경영에 잠복해 있을 개연성이 높아 어떻게든 이를 해소하는 게 신 정부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나타난 신 정부의 행보를 보면 각종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 기업의 투자 및 경영활동을 한결 편하게 해 주겠다는 친기업 정책에 초점을 두되, 재벌경영의 문제점을 최대한 자율적으로 풀어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MB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일 지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옛 현대그룹에서 일찍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돼 샐러리맨의 우상처럼 된 인물이지만, 그 역시 CEO로 일하면서 한계와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만큼 재벌경영의 폐해를 환히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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