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국민연금, 부도덕 오너에 경종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3.12 14:49

"거수기 역할 않겠다" 시장에 시그널

'국민연금이 뿔 났다?'

국민연금기금이 12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현대자동차와 두산인프라코어 등기이사 선임을 저지키로 해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당장 두 재벌총수의 이사진 참여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상장사의 지분 2.68%를 보유한 대형 기관투자자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민연금측 관계자는 "재계를 대표하는 두 재벌총수의 행태를 비토한 것은 그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기업을 향해 던지는 시그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기금 적립액이 이미 215조원을 넘어서는 등 덩치가 불어나고 있고 국내주식 투자비율도 계속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어 국민연금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확실히 목소리 내겠다'=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수 경희대 교수(국제경영학부)는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비슷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결권 참여를 공언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의 이런 방침을 시장에서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체제가 태반인 국내 대기업 오너에 대한 공개적인 경종인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현재보다 더 볼 수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도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수치로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는 데서 벗어나고 있는 게 입증된다.

국민연금의 주총 참석횟수는 △2002년 138회(653건) △2003년 164회(782건) △2004년 348회(1145건) △2005년 317회(1395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반대 의견의 건수와 비중은 △2002년 8건(1.2%) △2003년 15건(1.9%) △2004년 16건(1.4%) △2005년 38건(2.7%) △2006년 70건(3.73%) △2007년 1∼11월 93건(4.93%) 등으로 급증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익성 뿐 아니라 공공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국내 기업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가지고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오너 경영권 위협?=사실 현재도 국민연금이 맘만 먹으면 국내 주요 대기업을 흔들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4개 기업에서 국민연금이 5대주주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율이 5%이상인 기업도 대한항공을 비롯해 15개나 된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수익성 증대를 목표로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어 국민연금의 대기업 지분확보율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은 2006년 11%에 불과했던 국내주식 비중을 2012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금적립액이 2043년에는 2600조원까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위치는 '막강' 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전처럼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아무리 오너라고 해도 경영권까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연기금 사회주의'화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법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사회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전문업체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가 배임과 횡령 등의 문제가 있는 정몽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해 '월스트리트저널'지에 실리기도 했었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오너라고 해도 이사의 한사람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 증권시장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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