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인사실험..하위 10% 상시 구조조정

백경훈, 최석환 기자 | 2008.03.11 18:21
"관료제 조직으로 경직된 국세청을 민간기업과 같은 고객지향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 시키겠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11일 한 조찬강연에서 밝힌 각오다. 취임 일성으로 '조직쇄신'을 강조한 만큼 특별할 건 없어보인다. 주목할 점은 지난 7일 유임이 결정된 후 4일만에 쇄신의 구체안을 내놨다는 것.

한 청장이 들고나온 것은 경쟁원리 도입이다. 직급과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보수 체계를 타파하고 업무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한 성과와 역량중심의 인사로 경쟁문화를 정착시켜 개인 잠재력을 개발하고 조직의 성과와 역량을 최대로 높여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우선은 고위공무원 성과평가제도를 새롭게 마련했다. 고위공무원의 경우 △매년 국세청장과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반면마다 성과와 역량을 평가받고 △본인 희망 직위에 대한 성과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성과와 역량 평가결과, 성과제안서 등을 고위공무원과 직접 인터뷰하면서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 이후 성과평가를 했는데 경쟁의식, 변화의식, 도전적 업무태도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글로벌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활력곡선(vitality curve)' 카드를 내밀었다. 조직구성원을 20% 핵심정예, 70% 중간층, 10% 하위로 구분해 능력에 따라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하위 10%는 상시 정리대상이다. 물론 공무원은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즉시 퇴출은 어렵지만 인사나 급여상의 불이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인재양성이 장기적 세정발전의 요체"라는 한 청장의 평소 철학이 배어있다. 그는 평소에도 "사람이 일을 이뤄내고, 사람이 차이를 만든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또한 납세자 위주의 국세행정을 꾸려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세청 직원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을 것이다.


한 청장은 앞서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힘을 다하겠다"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의 리더십을 약속한 바 있다. 국세청의 고객인 납세자의 말을 겸손하게 듣고 섬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 청장의 "세정의 전 분야를 고객의 시각에서 혁신해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국세청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궁극적으론 이를 통해 '현직 국세청장과 고위직 간부(국장급)의 검찰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추락한 국민 신뢰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셈이다.

◆GE의 활력곡선은?

한상률 국세청장이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GE의 활력곡선은 핵심인재 관리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사 시스템이다.

GE는 매년 6∼7월에 직원 개개인의 성과와 가치를 종합 평가한 뒤 '활력곡선'이라는 강제 분류 기준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한다.

평가 등급 상위 20%는 'Top' 또는 'A-Player', 평가 등급 중간 70%는 'Vital' 또는 'B-Player', 하위 10%는 'Bottom' 또는 'C-Player'로 분류해 관리한다.

'Top 등급'은 회사의 핵심 정예 인력으로 인사상 특별 대우를 받는다. 'Vital 등급'은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Top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한다. 'Bottom 등급'은 퇴출 관리 대상이다.

GE의 경우 3년 연속 Bottom 등급에 속하는 직원은 퇴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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