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폰, 2억대 판매목표 '흔들'

머니투데이 이구순 기자 | 2008.03.12 09:04

베트남공장 설립지연으로 2억대 물량 맞추기 '허덕'

삼성전자의 베트남 휴대폰 공장 설립이 늦어지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 '넘버2'를 굳히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올해 2억대로 잡아놓은 판매목표를 채우기에 생산량이 부족한데다,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동남아 지역에서 노키아와 가격경쟁에서 밀려 주도권을 놓칠 판국이다.

12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설립이 늦어지면서 생산량이 딸리고, 동남아 시장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됐다"면서 "삼성특검 때문에 투자결정이 늦춰지고, 이것이 결국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전략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생산공장은 부족한데…"

베트남 공장 설립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에게 닥친 가장 큰 걱정꺼리는 생산량 부족이다. 최지성 사장이 직접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량 부족 때문에 애를 먹었다"며 "한달에 몇 백만대씩 수요를 못 따라간다"며 고충을 털어놨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8000만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해외공장에서 8000만대 가량의 휴대폰을 생산해 1억6000만대의 판매수요를 겨우 맞췄다.

지난해도 1억6000만대를 겨우 맞췄는데, 올해 2억대 판매물량을 채울 수 있을지가 문제인 것이다.

부족한 공급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중국 해주 오디오 공장을 휴대폰 생산라인으로 바꿔 150만대 물량을 확보한 바 있는 삼성은 올해 이 공장의 생산물량을 300만대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또, 연간 200만대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인도 공장도 올해 70~80만대 물량을 추가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증강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브라질 공장 생산량도 50만대 수준에서 100만대 수준으로 늘려 우선 급한 불을 끌 작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올해 판매목표 2억대를 채우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획대로 베트남 공장을 설립했다면, 올 3분기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해 물량부족을 해결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선 판매목표 만큼 생산량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 '주도권 놓칠라'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을 계획한 이유 중 하나는 베트남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ASEAN 회원국 간에는 5% 미만의 낮은 관세로 수출·입이 가능하다.

베트남에서 휴대폰을 생산해 동남아 국가들에게 수출하면 노키아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돼 동남아 신흥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저가 휴대폰의 신흥시장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베트남만 하더라도 지난해 1000만대였던 휴대폰 시장이 올해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시장이 급증했던 중국과 인도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때문에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지 생산공장까지 설립할 계획이었던 삼성은 공장설립 지연으로 신흥시장인 동남아 시장에서 노키아에게 주도권을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의 베트남 휴대폰 공장설립이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는 것은 '삼성특검' 탓이 크다. 특검이 시작되면서 모든 의사결정이 뒤로 밀렸고, 3월중순에 이른 현 시점에서도 삼성은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검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결정을 내리기는 쉽지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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