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스피처 덕에 그나마(?)"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3.11 05:56

유가 급등, 베어스턴스 위기설...다우 153p↓

국제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넘어서고, 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뉴욕증시가 또다시 일제히 뒷걸음쳤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53.54포인트(1.29%) 하락한 1만1740.15를, S&P500지수는 20.00포인트(1.55%) 내린 1273.37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43.15포인트(1.95%) 떨어진 2169.34로 마감했다.

지난주 다우지수 1만2000선이 무너진 뉴욕증시는 장초반 한때 상승권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되밀렸다. 개장전 골드만삭스가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밝혀 분위기가 고무됐지만 모간스탠리의 은행 실적 하향 전망에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유가가 107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108달러까지 가볍게 넘어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다. 베어스턴스의 유동성위기 소식 등 금융악재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장중 최저가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장 종료직전 월가 금융범죄 척결로 이름높은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지사가 성매매 연루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관심이 그쪽으로 쏠려 그나마 주가가 덜 빠졌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이 하락에 지쳐가는 모습이다.

◇ 등급하향에 부도 소문, 흉흉한 월가...금융주 하락

이날도 금융관련 악재가 꼬리를 물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0일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알트에이(Alt-A)모기지 담보부증권 가운데 163개 세부 부문의 투자등급을 하향했다.

여기에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루머가 주가 급락세를 가중시켰다. 베어스턴스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루머가 최근 1~2주사이 계속 제기돼 오던중 이날 오전 한 인터넷 금융정보 사이트에 이같은 루머가 게시되면서 소문이 급격히 확산됐다는게 한 월가 관계자의 말이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신용부도 스왑)은 10일 610bp를 기록, 지난주말에 비해 400bp나 상승했다.
베어스턴스 주가는 전날에 비해 11.1% 급락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10대 주요 은행의 올해 순익이 총 88억달러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순익이 주당 2.60달러에서 2.09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 씨티그룹은 5.8%급락했고, JP모간 2.9%,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3.6% 등 주요 업종별 대표 종목들이 모두 크게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타격이 가장 큰 채권보증회사와 모기지회사 주가하락은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다. FBI의 수사를 받으면서 뱅크오브 아메리카로의 합병 무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컨트리와이드 주가가 14% 뒷걸음질쳤고, 회생방안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암박 파이낸셜도 23% 급락했다.
모기지 원금을 일부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이날도 13%, 11.5% 떨어졌다.

마진콜로 인한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손버그는 60% 떨어져 주가가 71센트에 불과한 '페니주'로 전락했다.

◇ 유가 강세, 에너지주 상승세는 제한적

국제유가가 배럴당 108달러선까지 단숨에 돌파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2.75달러(2.6%) 상승한 107.9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이날 장 마감 직전 배럴당 108.21달러까지 오르는 초강세를 기록했다.

유가 강세로 인해 정유사인 엑손과 마라톤 오일, BP는 주가가 각각 0.1%, 0.9%, 1% 오르는 등 일부 에너지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항공사 등 유가 관련 서비스업체들은 원가 부담으로 인해 약세를 보였고, 시장 전반의 약세로 인해 에너지 관련주 역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구리와 알루미늄, 아연 등 금속 가격이 지난주 2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프리포트맥모란 등 관련주들이 하락했다. 비농업 고용자수가 2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면서 경기침체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 달러 약세 주춤..트리셰 발언

달러가치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달러대비 유로가치 급등에 대해 우려발언을 한게 심리적 영향을 미쳤다.

10일(현지시간)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는 1.5348달러로 전날의 1.5352달러 대비 소폭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바젤에서 열린 G10 중앙은행 총재 간담회에 참석한 후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외환 움직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변동성이 크고 불규칙한 환율 흐름은 경제 성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의 발언직후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최저수준인 1.5312달러까지 밀렸다. 그러나 미국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면서 달러/유로 환율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101.81엔으로 전날의 101.73엔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그러나 엔/달러 역시 이날 오전 102엔대에서 다시 101엔대로 내려서는 등 달러화의 주요국 통화대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 1월 재고판매 증가율 4년 최대

오늘 발표된 경기관련 지표는 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1월 도매판매가 2.7% 증가한 3877억3000만달러로 지난 2004년 3월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도매판매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1월 도매재고는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도매재고는 0.8% 증가한 4148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도매재고가 0.5%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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