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發 은행채 홍수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03.11 13:30

[2007 은행분석]②은행채·CD 순발행 규모, 2~4위 은행 합계와 비슷.."금융채 시장 급증 견인"

이 기사는 03월11일(11:4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 7일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급준비금 마감일인 이날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국민은행은 한국은행에서 80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아야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유독 외형 확대에 집착했다. 예금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다 보니 금고가 비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다 결국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상황에까지 이른 셈이다.

국민은행은 대출재원을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해 주로 마련했다. 워낙 발행규모가 크다 보니 채권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국민은행의 발행규모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했다.

은행채·CD 발행, 국민銀=우리·신한·하나銀

11일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thebell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가나다순)의 감사보고서, 분기보고서,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민은행이 순발행한 은행채는 9조5296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5조5902억원, 2분기 2조2374억원, 3분기 2조4693억원을 순발행해 다른 시중은행을 압도했다. 다만 4분기에는 순상환을 기록했지만 규모가 7673억원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 4대은행, thebell
*하나은행은 4분기와 연간순발행 규모만 표기함.

국민은행은 CD 발행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순발행규모가 8조379억원으로 다른 시중은행 3곳의 순발행 규모(7조4565)억원보다 6000억원 이상 많았다. 예금 이탈과 감소에 따른 부족자금을 은행채와 CD 발행으로 채운 것이다.

이 때문에 부채 및 자본총계에서 CD와 은행채의 비중은 각각 2006년말 5%, 13%에서 2007년말 8%, 16%로 확대됐다. 예수부채에서 CD비중은 2006년말 7%에서 2007년말 13%로 급증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은행채 발행이 많았지만 규모가 4조3780억원, 3조4190억원으로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하나은행은 2조4000억원으로 가장 작았다.

ⓒ금융감독원, 4대은행, the bell

국민은행은 순발행 2관왕을 올린 탓에 전체 시장성조달(은행채+CD)에서도 다시 1위를 기록했다. 모두 17조5657억원을 조달했고 다른 은행 3곳의 조달 규모인 17조65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채 시장 교란 '국민銀 빼곤 이야기 못해'

국민은행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국민은행 채권 가격이 다른 시중은행 채권보다 낮게 형성됐다. 채권금리로 따지면 0.01~0.02%포인트 가량 높게 형성됐다. 국민은행의 채권발행은 다른 시중은행의 채권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의 행보에 대해서는 동정론도 있다. 다른 은행들의 추격이 턱밑까지 온 상황에서 국민은행이라고 마냥 외형 면에서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덩치가 큰 만큼 시장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고, 국민은행의 가세로 팍팍하던 경쟁이 더 치열해졌을 뿐 국민은행 탓만 할 수는 없는 구도라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국민은행의 채권발행 잔액이 35조원으로 가장 많고 지난해 18조5000억원의 채권을발행해 금융채 시장의 급증을 견인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이 공격적인 채권발행에 나선 데는 자산 확대 차원이었다는 분석이다.

예보는 "국민은행이 2006년에 건전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추구했다면 2007년에는 자산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은행채 발행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 2위와 3위 은행이 자산을 늘리며 쫓아오자 리딩뱅크라는 수식어를 놓치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올해도 국민은행의 은행채 발행 '홍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채권이 10조9000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87.1%인 9조5000억원(1·2월 포함)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차환 발행에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예금 유입이 늘면서 은행채 발행 등 은행의 시장성 조달이 감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1월에 대규모로 은행채 차환 발행을 했고, 상반기 남은 만기는 차환 발행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대규모 자금수요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발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확대는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상승 정도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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