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간 연장하며 칼가는 삼성특검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8.03.09 18:33

1차 수사 기간 종료... 수사 성과 없자 '특검팀 구성'에 문제 지적도

삼성그룹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기간 60일이 9일로 종료됐다.

'한 것도 없고 안한 것도 없다'는 게 그 동안의 수사에 대한 특검팀 주변의 평가다. '역대 최약의 특검팀'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검팀은 출범 초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집무실과 핵심 임원들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만 있고 '성과'는 없었다.

특검팀은 소환 조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삼성그룹 전현직 관계자 30여명을 소환 조사하는데 60일을 소비했고 단 4명만이 "차명계좌가 맞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이 비자금 수사에 대한 성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 성과, 미진한 이유는?

우선 특검팀 수사 시작 전에 삼성측이 간접 증거를 포함, 모든 증거를 인멸해 수사가 힘들었다는 주장이 있다.

삼성측이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부분들을 모두 없애버린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삼성은 몇 년 전의 그룹 조직표 까지 기록에서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은 물론 전ㆍ현직 임직원들의 수사 비협조도 수사의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직원 3453명 명의로 삼성증권에 개설한 계좌에 대한 수사를 통해 1800여 명 명의의 차명의심 계좌 3800여 개를 우선적으로 찾아냈다.

비밀번호가 '0' 또는 '1' 등 동일한 숫자가 반복되거나 1원 단위까지 한꺼번에 인출된 계좌를 추려내 임직원 1000여 명 이름으로 개설된 차명계좌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차명계좌 개설자들의 대답은 거의 모두 "자신의 계좌"라는 주장과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만 있어, 특검팀을 답답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성과 없는 수사에 대해, 특검팀 구성 인력의 자질과 의지 부족을 가장 먼저 꼽고 있어 특검팀의 주장과 대비되고 있다. 일례로 비자금 용처 수사와 관련해 "수사가 어떻게 되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증거가 있어야 수사하죠"라는 거의 냉소에 가까운 특검 관계자의 대답도 있었다는 것.

법조계 주변에선 이 같은 배경을 두고 "당초 특검팀 구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미 있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 '2차 폭로' 삼성 비지금 용처 수사 전기 될 듯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5일 천주교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이 정기적으로 부적절한 금품을 제공하며 관리해 온 인사들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로비 의혹의 핵심인 김 변호사가 특검에 출두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변호사에게 연락해 화요일(11일)에 출석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지금까지 조사가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이번 조사의 목적은 삼성 떡값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의 주변부를 맴돌던 특검 수사가 핵심을 향해 갈 것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성호 전 법무장관의 경우는 뇌물 공여자의 직접적인 진술이다"며 "이는 직접 증거의 효력이 있는 것이어서 김 전 장관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수사가 향후 특검팀의 비자금 사용처 수사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변호사가 지칭한 떡값 연루자들을 보면, 크게 관리대상자와 직접 전달 받은 자로 구분되는 데, 과거 1차 폭로 때 거론된 삼성의 관리대상자와 김성호 전 법무장관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면 특검이 김용철 변호사를 소환해 뇌물 전달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삼성 비자금 용처 수사는 시작 된 거나 마찬 가지다"고 말했다. 즉 특검이 수사를 하고 싶지 않아도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특검이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서 삼성이 임의적으로 선정해 놓은 (김 변호사가 1차 폭록 때 거론한)관리대상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수사 기간 연장하며 칼 가는 특검

"(삼성의 수사 태도를 볼 때)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서 품위가 없다"며 "은폐도 좋은 데 자료를 다 없애느냐"는 게 특검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삼성이 과거의 조직표 등을 모두 없앤 것에 대한 특검팀의 불만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과거의 조직표를 다른 루트를 통해 이미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이 조직표는 없앴지만 당시 조직표상의 사람은 남아 있어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특검팀은 우선 삼성그룹의 이전 조직표 상에 등장하는 실무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즉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막힌 수사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비자금 용처 수사와 삼성의 실무자급 직원 수사가 시작되는 내주부터 특검팀의 삼성그룹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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