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부인, 펀드도 맞춰입는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3.09 17:22

운용사가 아이디어 빌리기도

강남의 부유층, 일명 '펀드 부인'들은 사모펀드를 선호한다. 옷을 맞춰입듯 자신들만을 위한 맞춤펀드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론 그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이 일반투자자를 위한 공모펀드로 출시되기도 한다.

△펀드부인, ELS 투자열풍…단, 사모펀드로
요즘 펀드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ELS(주가연계증권)와 ELF(주가연계펀드)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형펀드의 기대수익률은 낮아진 반면 최근 발행되는 ELS는 대부분 연 10~20%의 고수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기초 자산으로 삼는 지수나 개별종목의 주가가 설계된 범위를 벗어날 경우 때론 100% 대박 수익률을 안겨주기도 하고 손실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되기도 한다. 펀드부인들은 이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이용한다. 중도상환이 불가능한 상품이라도 운용사와 투자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것.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의 임주혁 PB는 "공모펀드의 경우 해지하고 싶어도 개별 투자자에게 모두 연락해 동의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모펀드를 이용하면 설정과 해지가 자유롭다는 점을 강남의 부유층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원하는 구조의 상품을 직접 선택해 별도의 사모펀드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한다. 지은들 5명이 20억씩 출현해 100억원 단위의 사모펀드를 만드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다.

△맞춤제작 요구…운용사가 아이디어 빌리기도
최근엔 금융회사에 '맞춤 펀드'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중국펀드 등 기존 상품을 별도의 사모펀드로 설정해달라고 했던 과거와 달리 자신들이 원하는 스킴대로 새로운 펀드를 설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운용사가 고객인 펀드부인들에게 한 수 배우기도 한다. 그들이 맞춤 상품으로 요구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로 출시된 사례도 있다. 지난 7일 출시된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종류형' 펀드가 그 예다.

이 펀드는 1월말 출시된 사모펀드 '삼성글로벌IB사모주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펀드는 PB점 고객들의 요청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떤 미국 대표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사모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 등이 유사한 구조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PB점 고객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모펀드가 상당수 있다"며 "정보나 투자감각이 앞서있는 고객들이다 보니 이들의 아이디어가 공모펀드를 설계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갤러리아PB점의 경우, 중국 내수주에 투자하는 5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최근 중국증시의 급락과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경제정책 방향성이 수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역시 펀드부인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임주혁 PB는 "수동적인 투자에서 이제는 능동적인 투자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같은 주식형 사모펀드가 그 시발점이 되고 있다"며 "고객의 요구에 맞춰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고객과 불협화음이 잦았던 금융시장의 건전화에 이바지하는 면도 크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은밀한 유혹'
그러나 펀드부인들의 사모펀드 사랑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리스크 헷지, 비밀보장, 절세 등 일반 투자자들은 생각지 못했던 사모펀드의 '은밀한 유혹'을 강남의 부유층들은 떨치기 어렵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최소 투자단위 금액도 낮은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특정 대상을 위해 만들어진 사(私)적인 펀드다. 이 때문에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가 적고 설립화 해지가 자유롭다. 게다가 투자자나 펀드 운용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비밀보장'이 가능하다. 기관은 물론 고액 자산가들도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사모형 부동산펀드는 대표적인 '절세형' 펀드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이 커지면서 사모펀드가 '복부인'이었던 강남의 부유층들이 '펀드부인'으로 변신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예를 들어 지인들끼리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를 결성한 뒤 부동산을 취득해 각자 거주할 경우 '1가구 2주택'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취등록세 50% 감면은 물론 펀드가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3년 이상 보유시)나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부동산 투자 차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으로 간주되므로 15.4%의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부유층들은 수익률 못지않게 세금에 민감하다"며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나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해 분리과세 상품이나 사모펀드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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