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FX스토리]물가와 환율의 '수수께끼'

더벨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기자 | 2008.03.10 11:04

편집자주 | 【편집자주】'초'를 다투며 피 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곳은 정글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몇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다는데 원자재가격 등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 약세) 일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신흥공업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곡물 및 원자재 부문에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경기(기본적인 수급)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즉 수요둔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고 그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금 더 과거를 보면, 200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긴축은 IT버블 이후의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종료되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과잉유동성이 해소되지 못했고 장기금리의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던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런 과잉유동성(저금리)은 미 주택경기의 버블을 만들었고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상반기 이후 미 주택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신용경색, 또한 글로벌 경제로의 파급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기조는 다시 완화로 전환됐다. 미국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유동성 공급은 급격히 이뤄졌고 당분간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동성은 매우 풍부하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괴리가 달러화 약세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 미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의 고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최소한 이에 대한 기대는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미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런 괴리에서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했고 이런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물가불안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최근 물가 상승폭이 확대된 것은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약세 등을 헤지(Hedge)하기 위한 원자재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품시장의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명목가격 상승을 의미하고 있어 이를 헤지하고자하는 투기적인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과잉유동성이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실제수요에 상관없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헤지하고자 하는 원자재 및 상품시장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더해 자원의 민족주의 역시 대두되고 있다.


그럼 달러화 약세 구간에서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 강화가 달러화 수요를 높였기 때문이다. 미 증시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신흥공업국들의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는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완화될 때까지, 미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밝혔듯이 미국이 글로벌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격차를 다소 해소하는 과정으로 이해가 된다.

또한 경기와 상관없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고 경상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높아진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이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달러화 약세 구간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조금 더 상승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약력]

07년~현재: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04년~06년: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
00년~03년: 한화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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