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이미 침체에 빠졌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3.08 11:27

'고용 충격', 대폭 금리 인하 불가피…"침체 부인할 증거 없다"

"고용 충격, 유가·곡물 등 상품가 고공비행 지속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마진콜 증가에 따른 금융권의 위기 가속화"

미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 전개가 심상치 않다. 특히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면서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사실은 신용위기가 금융 부문을 넘어 이미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신호다. 고용은 침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표 역할을 해왔다. 고용은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가 감소하면 경기는 급속 냉각되며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게 된다.

◇ "미국 경제 이미 침체에 빠졌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0.4%와 -0.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이번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학자들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음을 선언한다. 이들의 예상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앞서 4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0.6%를 기록,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유가와 곡물가 등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미 경기 침체가 직면한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

지금같이 신용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그 충격파가 1970년대보다 더 할 것이란 우려가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가뜩이나 혼란에 처한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은 더 큰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7일(현지시간)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6만3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지난 1월 5년만에 처음으로 2만2000명 줄어든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월 고용이 2만3000명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던 월가는 충격에 빠졌다.

정부 고용 증가분 3만8000명을 제외할 경우 민간고용은 10만1000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이 2003년 7월 이후 최대인 5만2000명 감소했고, 건설과 서비스 부문도 각각 3만9000명, 1만2000명씩 줄었다. 제조와 건축부문 일자리 감소는 지난해 초부터 지속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 부문 일자리 감소는 미국 경기가 확실히 둔화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미국 전체 산업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경고등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으며, 지금 시점에서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미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며 경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노동부의 고용 감소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전인 전망은 밝다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자리를 잃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고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면서 지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평가한 뒤 문제를 일찍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기때문에 경제가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우량 자산도 부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부실 도미노는 최우량 자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 계열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털이 손실 대비용 증거금을 충분히 쌓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헤지펀드에 대출을 해주면서 손실에 대비해 일정한 비율의 증거금을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악화로 증거금이 부족해지자 금융회사들이 돈을 더 쌓으라고 요구(마진콜)했지만, 칼라일 캐피털은 자금 부족으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칼라일 캐피털은 고위험 자산보다 미국 정부가 보증한 최우량 등급(AAA) 채권에 주로 투자해왔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칼라일 캐피털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추가 마진콜과 디폴트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모기지업체인 손버그도 6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채권기관들의 마진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버그 역시 4개 채권 기관으로부터 디폴트 통지를 받았다.

모기지 연체 비율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지난해 4분기 모기지 대출 연체 비율이 5.82%로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주택 압류율 역시 0.83%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기지 연체 비율이 증가하면서 모기지를 바탕으로 발행한 연계 채권의 부도 위험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치 급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은 부족한 자산을 메우기 위해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 또 마진콜도 늘리고 있다. 이에 응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또 내다팔면 시장가격은 더 떨어지고, 결국 마진콜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게 된다.

◇ 금리 대폭 인하 불가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사실이 확연해지면서 FRB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2월 고용 감소로 FRB가 금리를 최대 1%p까지 낮출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이 최근 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대폭적인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로선 0.75%p 인하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동향은 금리가 추가로 0.75%p 인하할 가능성을 74%로 보고 있다. 금리가 1%p 인하될 가능성은 26%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연준 고위인사들도 금리 인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한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시장의 지나친 기대로 인해 금리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연준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 금융협회 회의 연설을 통해 "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할 것이지만 저금리를 오래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를 경계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FRB가 올해초 단행했던 것과 같은 과감한 금리인하가 또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의 신용경색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또다시 대폭적인 금리인하에 나설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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