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기술 수출인가 유출인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3.07 14:02

(종합)황창규-김종갑 "기술유출"vs"아니다" 설전

하이닉스반도체가 대만 프로모스에 54나노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사진 왼쪽)과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한쪽은 기술유출 우려는 없다는 주장이고 한쪽은 기술유출이라는 반박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사장은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 총회에서 "프로모스에 이전하는 기술은 D램 설계나 개발 등 선행기술이 아니라 양산기술"이라며 "기술유출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특히 "프로모스와 3년간 같은 방식으로 협력해 왔지만 프로모스가 하이닉스가 이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다음 기술을 개발한 흔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2005년부터 프로모스와 제휴 관계를 맺고 90나노, 80나노 공정 기술을 이전해 왔지만 프로모스는 여전히 하이닉스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어 "(기술유출의 가능성을)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유출이 된다면 스스로 (이전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면 기술유출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업체에서 제안이 왔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황 사장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황 사장은 "미국 일본 심지어 대만까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데 보호받아야 할 기술이 수출대상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기술유출이 아니라 기술수출'이라는 하이닉스측 입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또 "지난해 국가적 컨센서스를 모아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제정하지 않았느냐"며 "그 법의 취지를 잘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D램의 경우 80나노 이하의 설계부터 조립 검사 기술을 해외로 내보낼 때는 지식경제부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신고 사항이지만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출중지·수출금지·원상회복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황 사장은 이어 '기술이전 대상이 설계기술이 아니라 양산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유출의 우려가 없다'는 하이닉스 주장에 대해서도 "양산기술과 설계기술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모두 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또 향후 이같은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하이닉스가 지식경제부에 기술이전을 신고하면 정식적으로 반대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설계보다는 양산기술 때문이었다"며 "양산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대만의 난야와 공동으로 50나노 이하 기술을 개발키로 했고 일본의 엘피다는 대만의 파워칩과 합작사를 설립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양산기술 이전에 대해 문제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프로모스에 54나노 공정을 적용한 D램 생산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협상중이다. 당초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66나노 공정기술 이전 협상을 벌였지만 최근 54나노 기술로 협상대상이 바뀐 상태다. 하이닉스는 오는 3분기부터 54나노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프로모스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하이닉스와 지난 2003년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하이닉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D램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80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프로모스에 기술을 이전해 주는 대가로 프로모스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하이닉스가 가져다 팔 수 있고 나머지 프로모스가 판매하는 D램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받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