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한전도 홍역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3.06 17:48

한전, 시총 4위 내줘…전기요금 인하 방침 '립서비스' 불과

정부때문에 증시에서 한국전력이 두들겨 맞았다.

6일째 하락이다. 장중 3만400원까지 떨어져 3만원을 위협받고 있다. 한국전력이 3만원이하로 떨어진 적은 2005년 7월7일(2만9800원)이후 한번도 없다.

시가총액은 20조원에도 못미치는 19조9207억원이다.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신한지주에게 시가총액 4위 자리도 내줬다.

두들겨 맞은 이유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정책때문이다. 원료비는 오르는데 정부가 요금은 내리라고 하니 투자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기본 틀인 적정 투자보수율과 실적 투자보수율을 물가 부담을 이유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발표가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해석했다. 정부가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발표했는데 정부와 한국전력은 그동안 꾸준히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인하해왔기 때문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언급은 기존의 전기요금의 용도별 원가회수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전체 평균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신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연료비 상승분을 감안하면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 인하폭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체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역시 한국전력이 적정한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유지시켜줘야 한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은 적정수준의 전력예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적정수준의 요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 전력 대란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2006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국전력은 적정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못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반영할 경우 그 정도는 더욱 낮아진다.

윤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전력설비 투자를 위해서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제 1차 서민생황안정 T/F 회의'에서 나온 '전력요금체계 조정을 통한 전기요금 부담 완화'는 무엇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정부가 불확실한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도 문제다)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전기요금 인하 방침 역시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물가급등 등 현안에 대해 상투적이고 관료적인 대책만 세우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사고로 다양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다그쳤다.

통신요금 인하로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업체들은 한바탕 홍역은 치룬 바 있다. 공직자들이 상투적이고 관료적인 대책만 쏟아낸다면 한국전력 역시 홍역은 불가피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
  5. 5 "여보, 이자 내느니 월세가 낫겠어" 영끌 접었나…확 달라진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