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냐, 일이냐' 이것이 문제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3.07 12:41

[CEO가 말하는 정상의 법칙]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사진=최용민 기자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老子)의 가르침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

이는 지난 11월 29일 열린 제3회 '한국CEO그랑프리'의 건설부문 수상자인 이종수(59) 현대건설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통의 명가'인 현대건설을 부활시킨 최고경영자(CEO)다. 30여년 직장생활을 거쳐 CEO가 된 그에게 직장생활에 필요한 지혜에 관해 들어봤다.
 
# '아부'의 정의
 
"보통 아부는 상사한테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한계를 가진 생각입니다. 상사 뿐 아니라 동료와 부하들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보통 처세술이라 하면 다소 경박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원만한 성격과 좋은 인간관계는 업무처리 능력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일을 잘 하지만, 다른 이와 자주 충돌하는 사람은 '겸손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 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만약 성격이 매우 급한 상사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 상사의 성격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입니다. 아무리 열을 내봐야 그 상사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상사에게 맞춰 일을 빨리빨리 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지요. 원만한 관계는 자신을 죽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물처럼 깨끗하고 겸손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장은 원만한 대내·외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중간 직급까지는 여러 부서를 돌며 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도 재무회계, 인사, 기획, 해외 현장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다양한 부서를 돌아봐야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간부사원이 됐을 때, 결정의 폭이 넓어지고 실수도 줄어듭니다. 타부서와 협조할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의 입장도 배려할 수 있게 되지요. 물론 익숙해진 업무가 바뀌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한 곳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다른 부서에서도 잘 적응합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럴 수 있어야 경영자로 도약할 기본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승진 탈락

 
사원에서 부서장과 임원을 거쳐 CEO까지 오른 만큼, 이 사장에게 별다른 좌절의 순간은 없었을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저도 과·차장 시절에 승진에서 3번이나 누락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면서 저 자신을 더 성숙시키며 실력을 닦았습니다."

그는 평소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상사가 아무리 괴로움을 줘도 '나를 단련시키려고 그러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부정적이거나 반발심을 가지는 것은 별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제 경험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즐거운 마음과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일을 하다보면 결과도 좋아집니다. 모든 일을 할 때,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인맥관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람을 대할 땐, 무엇보다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성을 다하면, 비록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좋은 인상이 계속 유지됩니다. 또 어려울 때 감동을 주면 그 관계는 오래갑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지인들의 경조사에는 아무리 일이 바쁜 상황에서도 늦은 시간이라도 꼭 찾아가보고 위로해줍니다."

# 재테크
 
그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사장이다. 당연히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는 돈이란 '자기의 복에 달린 것'이라고 봅니다. 많으면 좋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많이 벌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고,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돈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재테크 쪽엔 별다른 재주가 없어요. 재테크에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일을 열심히 했더니, 사장이 돼서 결국 월급을 많이 받게 된 경우이지요. 직장인에게 '일에서 성공이냐, 재테크냐'의 선택은 인생의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사장은 끝으로 직장인들에게 '창조적 열정'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국내 기업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해외의 유수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이런 글로벌 기업환경 하에서는 어학이나 전문지식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매일같이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전력투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창조적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전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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