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한계' 안은 포스코, 반전의 미소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3.07 13:00
이 기사는 03월07일(07: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 M&A 큰 관심불구 공기업 이미지 '걸림돌'
-전광우 금융위원장 사외이사 출신… 정책배려 관심


메가딜은 시장논리로만 좌우되지 않는다.

대우건설 인수전의 최종 승리자는 금호아시아나. 두산그룹은 금호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사회적 책임'이라는 평가항목에서 큰 감점을 당했다.

두산 고위관계자들은 아직도 "애통하고 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M&A는 이렇게 비계량 요소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매각주체일 때는 이 같은 변수가 더 크게 개입된다. 정치 이슈가 경제 논리를 앞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변별력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인수적격성 판정에서 어떤 논리를 대느냐에 따라 매각의 향방이 뒤바뀐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인수후보들의 물밑경쟁만큼은 어떤 M&A보다 치열하다.

매각주체인 산업은행 관계자들도 조선업 경기가 호황일 때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머지않은 이 인수전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포스코다.


우선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강하다. 이구택 회장은 소극적이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많다"고 태도를 바꿨다. 윤석만 사장은 인수의지를 묻는 질문에 "관심말고 더 좋은 표현은 없냐"는 말로 '관심을 넘는 관심'을 드러냈다.

재무적인 여력도 충분하다. 올해 M&A를 위해 마련해 둔 여유자금만 약 2조5000억원 이상. 조선에 필요한 후판을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포스코는 단독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원재료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사업적 연관성이 인수매력을 더한다.

문제는 태생적 한계가 주는 걸림돌이다. 민영화가 완료되긴 했지만 한일협정 체결 대가로 사업을 시작한 공기업 성격의 포스코(구 포항제철)가 민간 M&A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여론이 제기된다.

재무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시장에서 민간경쟁에 뛰어들어 딜을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농협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단위조합 자금으로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끝내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이유는 여론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던 이 문제는 지난 5일 극적인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면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전 위원장은 2004년 포스코에 사외이사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최근에는 이사회 의장까지 역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업계는 포스코의 딜레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현안을 주도할 자리에 앉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역차별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표정관리에 애쓰고 있다. 인수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인수적격 여부에 관한 치밀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 내부적으로 전략적 M&A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모 세미나에 참석한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