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전광우 위원장과의 私談

머니투데이 성화용 부장 | 2008.03.10 16:25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점심을 함께했다.
그저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후배와 함께 만든 자리였으니, 말그대로 사석(私席)에서 사담(私談)을 나눈 것이었다.

역시 화제는 선거였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MB(이명박 대통령)를 지지한다고 했다. 개인에 대한 지지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흐름(정권교체)'에 대한 지지라고 했다. MB의 지도자로서의 성향, 공개된 정책방향, 그 참모진들의 면면에 대한 신뢰를 얘기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사담(私談)을 공개하는건 공인이 된 그를 내밀한 사적 검증의 그물로 덮어 씌워도 별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오랜 정치적 동지나 선거캠프 지원군이 아닌 사람들 중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흩뜨리지 않을 좋은 인물을 골라낸 셈이다.

전위원장은 그날 편안하게 많은 얘기들을 풀어놓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시절과 세계은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정책적 소신을 제시한 게 인상적이었다.

금융이 강해지려면 뿌리를 내릴 토양이 필요한데, 엄격한 금산분리 정책이 그걸 막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금융은 명분에 가로막혀 도약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교조적 행정규제가 오히려 권위상실의 시대를 만든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금융당국의 권위는 지켜져야하는데, 불필요한 규제가 많을수록 오히려 권위가 실추된다는 말이었다. 규제 완화와 권위의 병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자유로운 자리에서의 자유로운 발언이었다. 금융위원회 만든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아마도 당시 전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렇게 한자리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터였다. 식당 홀의 트인 자리에서 옆자리 의식도 않고 목청을 높였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된 지금은 그렇게 편하고 단호하게 얘기하기 어려우리라. 지켜보는 눈, 중첩되는 이해관계, 발언의 파괴력, 정치적 고려가 그 자리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금융위원장 자리에 쏠리는 온갖 정보와 긴박한 하루 하루가 때로 그를 흔들고, 뒤척이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신을 2007년 12월 어느날 점심 시간의 시계바늘에 꿰어 놓으려 한다. 그 때, 그 자리의 진심을 쉽게 벗어 던질 수 없다는 사적 속박이다.

전위원장은 부드러운 사람이다. 모나게 처신하거나 과격하게 대하는 걸 못봤다. 그래서 장악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바이스(vice:副)'의 한계를 벗어던진 그의 완력이 어느 정도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그가 소신대로 정책을 펼치면 '시장'이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그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점심을 마치고 건낸 덕담이 현실이 됐으니, 이젠 그로부터 복채를 받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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