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난, 은행 건전성 악화 뇌관

더벨 박홍경 기자 | 2008.03.12 11:52

[2007 은행분석]③부동산과 건설 부문 대출 대폭 늘려..우리·하나은행 '우려'

이 기사는 03월12일(08: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을 대폭 늘린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지방 주택건설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건설사 자금난이 은행 부실자산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 폭등과 금리상승으로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태세. 일부 은행은 벌써부터 연체율이 상승반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외국계증권사에선 우리은행 등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감독당국이 기업대출 충당금 적립률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부문의 대손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中企대출 2년새 100조원 이상 폭증..일부 은행 연체율 반등

표면적으로 중소기업 부문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연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로 0.2%포인트 하락했고 잔여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대출 비중도 전년대비 2.2% 하락해 만기구조의 개선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면의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68조4000억원 늘었다. 2006년의 45조2000억원을 포함하면 2년동안 100조원 이상 폭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08년 은행업종에 대한 산업전망을 통해 "과잉대출로 인해 중소기업의 부실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중소 건설업체들의 부도 사태가 계속된다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에서 부동산과 건설업 부문 증가율은 눈여겨볼 만 하다.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 증가분은 각각 16조4000억원, 10조2000억원으로 증가율이 36.5%, 36.3%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전체 증가율인 21.6%를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업종별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실질 연체율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질연체율은 부실채권의 매각, 상각 이전의 연체율로 대출자의 실질적 연체 상황을 반영한다.


국민은행은 기업 대출 실질 연체율은 2007년 4분기에 0.83%로 3분기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1.07%에서 2분기 0.97%로 하향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하반기에 건설사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연체율이 상승 반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CDO 이어 중소기업 부실이 발목?

시중은행들은 2006년부터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통해 외형성장을 이뤄왔다. 자산증가의 초기효과로 연체율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초기에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우리, 하나은행을 바라보는 외국계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도이체방크AG의 경우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전환하면서 중소기업 부실채권(NPL) 증가에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은행은 2006년부터 중소기업 대출을 주도한데다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자제에 나선 지난해 4분기에도 외환은행과 더불어 전년동기대비 20%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분기 대비 2007년 4분기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자료: 도이체방크AG)
도이체방크는 기업대출 충당금 적립률 강화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충당금이 올해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34%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 순이익 추정치도 당초보다 10% 낮춘 1조8900억원으로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3분기말 현재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1.50%로 우리은행과 더불어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오면서 지난 2006년 4분기에 0.85%를 기록했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작년 3분기 이후 다시 1%대를 넘어섰다.

평가사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건설과 부동산 대출, 유동화자산에 대한 신용공여 약정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바젤II의 시행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여신 행태가 더 보수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대출 규모 뿐만 아니라 질적 차원에서도 한계기업에 대한 익스포져가 많은 은행일수록 건전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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