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인덱스, 고수익·저변동성 매력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3.13 09:08

[머니위크]돈되는 펀드, 돈잃는 펀드

20년 저물가 시대가 끝나고 신 인플레이션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품(Commodity)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공급보다 빠른 수요 급증, 중국 위안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상품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품에 직접 투자하거나 상품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양호한 수익률로 이에 보답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로저스 커모더티(Commodity) 인덱스 파생상품(이하 로저스 인덱스)'도 최근 각광받는 상품펀드 중 하나다. 2006년 8월16일 설정됐지만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있다가 상품펀드가 인플레이션시대의 유력한 헤지수단으로 재조명을 받으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46억원에 불과했던 설정액이 423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어났다. 상품가격 상승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도 17.7%를 기록중이다. 같은 기간 9.7%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27%포인트 이상 초과하고 있는 양호한 성적이다(모두 3월5일 기준).

◆36개 상품으로 구성된 RICI 복제운용

로저스 인덱스는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1998년부터 발표하는 RICI(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를 벤치마크해 운용된다. RICI의 구성종목을 편입비중만큼 매수하는 일종의 '복제운용' 펀드다. RICI는 에너지(편입비중 44%), 농산물(35%), 금속(21%) 등 3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종목은 모두 36개.

에너지업종은 원유(21.0%), 브렌트유(14.0%) ,무연휘발유(3.0%) 등 6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농산물업종은 밀(7.0%), 옥수수(4.8%), 면화(4.1%), 커피(2.0%), 돈육(1.0%) 등 20개 종목, 금속업종은 알루미늄(4.0%), 구리(4.0%), 금(3.0%), 납(2.0%) 등 모두 10개 종목이 들어있다. 종목교체 및 비중조정은 매년 12월말에 이뤄진다.

미래에셋맵스는 이들 상품선물을 RICI 내 편입비중만큼 매수한다. 예를 들면 밀선물의 RICI 내 비중이 7%이기 때문에 미래에셋맵스는 국내 선물사를 통해 펀드 순자산가치(NAV)의 7%만큼 매수주문을 낸다.

RICI를 추종하는 로저스 인덱스의 투자대상은 뉴욕, 런던, 시카고, 도쿄, 상하이 등 전세계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선물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상품은 보관과 수송 문제 때문에 현물이 아닌 선물로 거래된다. 최근 배럴당 104달러를 돌파한 원유가격도 현물이 아닌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최근월물 원유선물 가격을 의미한다.

로저스 인덱스의 투자대상 선물은 대부분 최근월물이다. 예를 들면 3월10일 로저스 인덱스가 매수하는 원유선물은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물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밀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4월물이다. 물론 아연처럼 거래가 적은 상품은 3개월 선물환으로 거래된다.

물론 상품선물의 특성상 매수금액을 전액 결제하지 않는다. 가령 밀선물 4월물의 증거금률은 10%이기 때문에 밀선물 4월물을 100억원어치 매수할 경우 미래에셋맵스는 10억원만 증거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나머지 90% 금액은 만기 1년 미만의 국내 국공채에 투자한다. 국공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RICI지수 사용료(펀드 NAV의 15bp)와 선물환 헤지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류병식 미래에셋맵스 마케팅본부장은 "로저스 인덱스가 매수하는 상품선물의 평균 증거금률은 10%이지만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로저스 인덱스의 순자산가치 이내에서 상품선물을 매수하는 것.

◆미래 가격전망에 기초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


로저스 인덱스에 지금 투자해도 좋을까. 이미 상품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닐까.

류 본부장은 "상품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미래 가격전망에 기초해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향후 수년간 농산물과 금속이 에너지보다 추가 상승여력이 많아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에너지업종은 추가 상승하기 힘들다는 것이 미래에셋맵스측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배럴당 100달러 진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원유 수요 억제 및 대체에너지 개발,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대한 증산압력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밀, 콩 등의 주요 곡물의 재고량이 줄어들고 있고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옥수수 등 곡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여기다 구매력이 증가한 중국 등 신흥국가의 수요 증가도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게 하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금속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농산물처럼 강한 수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8%대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낮추는 등 금속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8%대 성장에 필요한 금속상품 수요로 하락보다는 강보합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이동희 한국증권 여의도PB센터장은 보수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이 센터장은 "원유와 농산물 금속 등은 충분히 올랐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가입할 경우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상품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상품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상품선물에 투자하지만 로저스 인덱스는 의외로 수익률 변동성이 적게 나타났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3월5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펀드수익률의 변동성(표준편차)는 15.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24.9%보다 변동성이 적었다.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펀드평가팀장은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있고 또한 펀드 순자산가치의 10%만 선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공채로 운용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짐 로저스 = 짐 로저스는 1970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의 대명사인 '퀀텀 펀드'를 공동 창업했다. 퀀텀펀드는 1970년에서 1980년까지 336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47%에 그친 S&P500보다 무려 72배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금 등 상품투자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상품투자의 성공 경험담을 토대로 <상품시장에 투자하라(Hot Commdities)>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199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상품지수 RICI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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