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차질론이 엄살이라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3.07 08:37

[특검 후폭풍] 균열은 서서히 해외서 온다

"설마 하다가 큰 일 나는 것 아닐까" 경제계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커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원자재가격 폭등,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 발생하는 현상) 불안감 등 국제 경제 여건이 심상찮다. 오죽했으면 7% 성장률 목표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6%도 어렵다"고 물러서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간판 선수인 삼성그룹은 특검이란 국내적 상황에 발목이 묶여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원 '소환 대기중'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승부가 갈린다. 파고가 높아지는데 3일도 아니고 석달씩 삼성은 표류중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묘한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일본 업계에 희소식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타인의 불행은 꿀 맛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기업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삼성 경영 차질론 엄살인가?=삼성 특검 2개월동안 '특검으로 삼성이 진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느냐'가 논란거리였다. 특검이나 시민단체들은 "경제를 볼모로 엄살을 떨고 있다"고 주장했고, 삼성은 끙끙 앓고있다. 일각에서는 특검수사로 경영에 차질이 있다는 것은 삼성의 경영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았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는 "삼성이 경영차질을 말하는데 특검 수사때문에 경영을 하지 못하면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이나 최태원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마치 엄청난 위기가 올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이 기업들은 오히려 문제를 털고 더 잘 나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소장은 현대차와 SK 사태이후 최대 수혜자는 오너들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한 이후 양 그룹 오너들의 리더십은 오히려 더욱 강화된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덕영 부회장은 "반도체 등 IT 산업과 서비스, 에너지, 자동차 산업은 비즈니스 특성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 부회장은 "반도체는 매년 집적도가 두배로 늘어나는 기술 진화가 빠른 산업"이라며 "매년 투자를 해야 하고 자동차와는 달리 투자 시기를 놓치면 순식간에 뒤처지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순간순간의 변동성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으로 이끌어가는 산업의 특성이 있고, SK의 통신산업이나 에너지 산업은 내수중심의 산업이면서 해외경쟁보다는 국내 경쟁이 강해 단기간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지난 1980년대에 투자 타이밍을 놓쳐 D램 시장에서 철수했고 일본 D램 업체들도 투자 실기(失機)로 대거 사업을 포기하거나 합병했다.

삼성에 앞서 세계 D램 시장 1위를 유지했던 NEC도 지난 1999년 12월 히타치의 D램 부문을 통합, 엘피다라는 회사로 탈바꿈했는데 이 또한 투자 실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도시바도 투자를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쳐 지난 2002년 D램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위기의 신호=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노트북용 모니터 세계 1위인 미국의 델을 제치고 왕좌에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말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이후 1분기만에 1위 자리를 델에 다시 내줬다. 톱 5중 삼성만이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지난 3분기 14.8%에서 4분기에 14%로 줄었고, 디스플레이서치가 내놓은 LCD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23.4%에서 22.1%로 내려 앉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아직 4분기 분석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가 손을 잡고 일본 엘피다와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LCD 부문의 경우도 삼성과 협력하던 소니가 또 다른 파트너인 샤프와 손을 잡으면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은 '휴대폰의 원조'인 미국 모토로라가 사업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빠르게 대응해 세계 시장 2위를 확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주요 CEO들이 연일 특검에 소환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에서 나오는 우려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해외 고객사들과의 계약을 위해 출국하려고 했으나 특검이 출금조치를 하는 바람에 출국하지 못했다.

권오현 반도체총괄 시스템LSI 사장은 대만 고객과의 미팅을 잡아놓고 공항으로 나갔다가 출금조치가 내려진 것을 뒤늦게 알고 약속을 취소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삼성전자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도 해외고객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해외출장에 나서려했으나, 출금조치가 내려진 것을 알고 특검에 긴박한 사정을 설명한 후에 일시 출국이 가능했다.

AP, AFP, 로이터,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들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연일 삼성의 특검 수사의 진행상황을 해외로 타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Investigators Take Samsung Files in Bribery Probe(특검이뇌물 수사를 위해 삼성의 컴퓨터 파일을 압수하다)'라는 뉴스를 통해 삼성전자 수원 본사 압수수색 소식을 전하는 등 연일 삼성관련 외신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고객들이 현지로 전달되는 이같은 삼성 관련 뉴스를 보고, 납품은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뉴스만 보는 외국인들은 삼성이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외국 경쟁사들이 고객사들과의 미팅이 있을 때 삼성 특검을 거론하며 거래처를 삼성에서 자신들로 바꾸라는 식의 요구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특검이 장기화될수록 이같은 경영차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특검을 90일로 연장하고 다시 검찰로 넘기겠다는 것은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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