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떡값'명단 추가 공개…파문 확산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03.05 18:33

특검 "구체적 증거 제출되지 않는 한 수사 어려워"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의 발단이 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대표 신부 전종훈)이 5일 이른바 '삼성 떡값' 로비 대상자 명단을 추가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사제단이 공개한 로비 의혹 대상자에 이명박 새 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포함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4시 천주교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이 정기적으로 부적절한 금품을 제공하며 관리해 온 인사들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사제단이 밝힌 삼성 로비 의혹 대상자들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전 서울고검장)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황영기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총 3명이다.

사제단은 이날 명단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금품 전달자와 장소, 시기 등을 언급했다.

명단 공개에 앞서 사제단 측은 "삼성의 비리 핵심을 캐는데 적합하지 않은 분들이 현 정부의 핵심으로 앉으면 삼성 수사가 올바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는 염려 때문에 명단을 부득이 공개하게 됐다"며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본인들이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제단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등 3명이 이른바 '삼성 떡값'을 수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사제단이 새 정부 인사가 포함된 '삼성 떡값' 수수자들을 추가 공개하면서 특검의 수사 착수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의 정. 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특검팀은 '떡값' 수혜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껏 특검팀은 '떡값' 로비 대상자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수사 착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도 특검팀 측은 사제단 명단 공개 직후 "내부 협의를 거쳐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한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검팀이 마냥 사제단의 '지원사격'만 기다리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제단과 시민. 사회단체들이 그 동안 특검팀의 무능과 부실한 수사를 질타하며 삼성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해 온 데다 이번에는 로비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검팀이 전체 수사기한의 절반을 넘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데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특검팀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오전 가진 브리핑에서 "(사제단이 명단을 밝힐 경우)명단의 작성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 등을 살펴 특검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사제단 측에서 기자회견 이후 수사에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제단이 로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경우 수사에 착수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며 우회적으로 사제단 측에 증거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금품 전달자와 장소,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마당에 특검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로비 대상자로 거론된 인사들도 사제단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특검 수사로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게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

사제단 측은 "특검은 출범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 그릇된 악습의 끈을 끊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도 더 이상 (특검팀의 지지부진한 수사를)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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