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

김일태 객원필진 | 2008.03.19 14:17

[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

금융자동화기기 제조 및 운영업체들에 대한 아이디어는 바로 은행의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에서 출발한다. 어느덧 우리의 삶은 은행 창구직원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던 시절을 지나 은행 점포 내외에 설치되어 있는 ATM/CD기를 통해 예금입출금 및 현금서비스를 받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특히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에 돌입하고 ATM/CD기 이용시간이 확대되면서 자동화기기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고 은행 영업시간 내에도 인건비 절감을 원하는 은행측과 더 저렴한 수수료로 빨리 일을 처리하려는 고객들의 이해가 일치되면서 금융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무인점포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은행과 고객 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급성장을 구가한 금융자동화기기 업체들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안정적인 과점구조를 형성하고 성장의 과실을 누려왔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은행을 고객으로 한 신뢰축적이 필요하고 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업이다 보니 한치에 오차나 오류도 허용되지 않는데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향후에도 자본시장통합법 실시와 함께 은행의 대형화 경쟁과 점포수 확장, 증권업의 지급결제기능 허용 등 금융업 성장을 위한 빅이슈들이 금융자동화기기 업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 이후 은행 점포수와 임직원수 추이를 보면 점포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비해 임직원수 증가율은 정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금융자동화기기의 확대 보급이 임직원수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IMF 이후 금융권 통폐합 및 구조조정은 결국 인력 감원으로 이어졌으며 인력 감원이 가능했던 이유는 금융자동화기기가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은행을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금융자동화기기의 업황은 결국 금융업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의 성장과 아웃소싱의 확대

금융자동화기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금융권의 성장과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이다. 현재 아웃소싱 사업의 경우 대부분이 점외기기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 소유의 점외기기는 약 2만대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약 45%인 9000여대가 아웃소싱 중에 있다. 향후 나머지 55%와 늘어나는 점외기기를 대상으로 아웃소싱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조금씩 열리고 있는 점내기기 아웃소싱시장까지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화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점내기기의 경우 금융기관 보유 자동화기기 설치대수의 70%를 차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에는 ATM기에 대한 기존의 아웃소싱의 범위를 넘어서 구매, 설치, 운영, 관리, 장입,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토털 아웃소싱 사업의 형태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아웃소싱과 토탈 아웃소싱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금융권의 기기 매입여부이다. 일반 아웃소싱은 금융권이 세트업체에게 자동화기기를 매입한 후 유지관리에 대해 서비스업체에게 아웃소싱을 맡기는 형태이지만 토털 아웃소싱은 VAN사업과 같이 서비스업체가 기기를 구매하여 은행에 설치해주고 운영 및 관리, 장입, 정산 보안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기기사용료와 서비스대가를 합쳐서 청구하는 형태의 서비스이다.

◆신권과 고액권 발행 그리고 디노미네이션


신권교체 이슈는 2006년에서 2007년에 걸쳐 나타났다. 2004년부터 교체주기가 도래한 기기에 있어서도 은행들은 신권발행이 예정되어 있음을 이유로 기기교체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켜 왔다. 2006년 5000원권 신권이 발행되었음에도 은행들은 2007년 발행예정인 1000원권과 만원권 신권을 고려하여 기기교체를 계속 미루었고 이것이 2007년에 집중되면서 청호컴넷 등의 세트업체는 2007년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하였다. 즉 2007년은 교체주기와 신권발행이 맞아떨어지면서 유래 없는 호황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질적으로 신권이 발행될 경우 신권을 적용시킨 환류식 입출금 모듈장치의 교체면 충분하지만 교체주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체 기기 교체가 대량으로 이루어졌다.

2009년 고액권인 5만원 권과 10만원 권이 발행예정인데 이러한 고액권 발행으로 인해 작년 신권발행과 같은 특수가 일어날 것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실질적으로 2007년 대량으로 일어난 기기교체로 인해 2009년에는 전면 기기 교체보다는 부품교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최근 고액권 발행과 관련하여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 화폐가치 하향조정)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를 가치의 변동없이 모든 은행권 및 지폐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로 낮추거나 이와 함께 새로운 통화단위로 화폐의 호칭을 변경시키는 조치를 의미한다. 이는 화폐의 실질가치 변동없이 호칭만 변경시키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물경제를 화폐적으로 표현하는 숫자가 많아져서 초래되는 계산, 회계 기장 또는 지급상의 불편 등을 해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때로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 기반 위에 자국통화의 대외적 위상을 제고할 목적으로 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할 목적으로 실시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화폐단위의 불편 해소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 억제를 위해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될 경우에 화폐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자동화기기의 경우 최소 모듈교체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그 시기가 교체주기와 맞물린다면 작년과 같은 호황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자통법시행에 따른 수혜

현재까지 ATM/CD기에 대한 수요처의 대부분은 은행권이었다. 그러나 2009년 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증권사의 소액결제가 가능해지고 보험사의 지급결제가 논의되고 있는 점에서 향후 증권, 보험사 등의 ATM/CD기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사의 CMA계좌가 급증은 증권사 지점의 ATM/CD기 수요로 이미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기준 은행 지점은 약 7000여개로 추산되는데 총 ATM/CD기 설치대수는 약 7만3000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 1500여지점이 있음에도 ATM/CD기 설치대수는 약 300여대에 불과하다. 생보사의 경우는 1700여개의 지점이 있는데 ATM/CD 설치대수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규모에 있어 은행에 못 미치기 때문에 폭발적인 매출신장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신규매출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지며 향후 서비스 매출과 교체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수출의 영역으로의 진화

세트업체의 경우 시장포화에 대한 우려와 실적변동성 극복, 매출 및 이익성장을 위해서 해외수출을 추진해왔다. 노틸러스효성의 경우 미국 및 중국, 호주 등지에 1998년부터 수출을 해왔고 LG엔시스는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확대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또 청호컴넷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13개국에 CD/ATM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 중 수출물량이 5%를 넘어섰다. 이처럼 세트업체들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세 업체의 올해 예상 수출물량은 1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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