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속 원자재 대체재 기업 '방긋'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3.17 08:35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증시스태그플레이션 암운

물가가 난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한다. 라면값 인상 소식이 나온 직후엔 전쟁 위기도 아닌데 라면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고 한다. 곡물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농약, 비료 등 농업관련주들이 몇배씩 오르며 조정장 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석유 값이 급등하며 경제를 불안하게 하더니 금값에 이어 요즘은 석탄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휘청대던 글로벌 금융시장과 증시에 원자재 가격의 도미노식 폭등으로 다시 한번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아직 대세상승 기조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버티고 있지만 현장의 선수들의 입에서 '올해는 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같은 국제적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치 않다.

도대체 과거 인플레이션 시대 주식시장이 어땠길래 인플레에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사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증시는 오히려 호황인 경우가 많았다. 높은 물가 인상률은 부담이지만 그만큼 경제성장률도 높아 전반적으로 경제 전체가 호황기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인플레가 주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왔을 때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다.

2차세계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황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호황기에는 물론 불황기에도 물가가 계속 상승, 이 때문에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사태가 현실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1970년대에는 석유파동이 오면서 경기침체와 물가 폭등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극한 상황을 연출, 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0년대 1차 석유파동때 미국 증시는 NYSE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 40%가 하락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며 이때는 대부분 업종이 동반 하락하는 시기여서 오르는 종목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종목은 있어도 경제위기를 뚫고 상승할 만한 종목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식시장 태동기였기 때문에 국내 증시는 20여년이 지난 1997년에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바로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편입. 당시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당시 종합주가지수)가 200대로 떨어지고 달러당 원화 환율이 2000원이 넘는 등 국가 부도 위기까지 갔다.
1994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적도 있었지만 이는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거리가 멀었다. 곡물가를 제외한 다른 원자재 가격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 원자재 인플레 부담 vs 물가관리 능력 향상

요즘 세계와 국내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박은 1970년대 석유파동이나 10여년전의 IMF 사태때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그러나 1994년 엘니뇨 현상에 따른 국제 곡물가 급등때와도 다른 게 현실이다.


당시 곡물가격 급등과 달리 지금은 석유, 철강 등 모든 원자재 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자고나면 원자재 값이 오르다 보니 사재기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한 건축업자는 "집을 짓기 위해 철근을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몇달 묵혀두기만 하면 값이 오르니 시세보다 돈을 더 주겠다고 해도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

가뜩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판에 인플레에 대한 기대심리까지 더해져 원자재 가격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하면서도 과거와 같은 심각한 위기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70년대 미국이나 10여년전 우리나라와 달리 지금은 국가들의 물가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과거처럼 시장이 급격히 혼란스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최악 상황 아니다. 그럼 수혜주는?

위기이기는 하지만 극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증권사들의 발빠른 수혜주 찾기도 이어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상품(commodity)가격 상승 수혜주 △천연자원 대체재 개발주 및 친환경에너지주 △가격상승 회피주 △비용절감 유망주 등을 추천했다.

대우증권은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대안으로 곡물가격 상승 수혜기업, 매출원가율 하락기업, 천연자원을 대체할만한 가공재 생산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생산비용을 꾸준히 줄이고 있는 기업도 수혜주로 꼽았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 대우증권은 현대중공업 GS건설 현대미포조선 KCC 등을 꼽았다. 원자재 대체재 종목인 금호석유 효성 케이피케미칼 CJ제일제당 엘앤에프 동양제철화학 동화홀딩스 한솔홈데코 등도 추천했다.

대신증권은 △철강·정유·전선주 △해외자원개발주·친환경에너지주 △남미·동유럽·섹터펀드 등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인플레이션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가격 전가력(비용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차별화된다"며 "가공식품, 해운 등은 높은 가격전가력을 갖고 있어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대신증권과는 달리 석유화학 및 정유업종은 가격인상에 제약을 갖고 있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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