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실험 적격지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많은 인구 때문이다. 11억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만큼 다양한 질병과 환자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IT)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 IT 소프트웨어 기술과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2005년 인도에 투자를 주저하던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인도 정부가 외국 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특허권을 보호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허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외국인 투자가 늘기 시작했다. 건강관리 부문에 대한 소비지출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1995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지만, 2005년 7%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1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김정현 코트라 뭄바이무역관 과장은 "인도 제약시장은 그 자체로 잠재적 시장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며 "건강관리 산업의 수요증대와 규제의 개정을 통해 성장을 부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란벅시·닥터레디스·토런트 등의 인도 업체들이 국제적 제약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단순 위탁 생산으로 기반을 닦은 뒤 적극적인 인수·합병(M&A)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도 1위 제약사인 란벅시가 루마니아 최대 제약사인 테라피아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고도의 고령화로 약 수요가 늘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화이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인도 기업들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부 역시 세계적인 제약사들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게놈벨리 프로젝트'로 구체화되고 있다. 인도 중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하이데라바드 근처에 게놈벨리를 조성하고 있다. 인도는 물론 미국·독일·일본 등의 제약사들이 입주했다. 이 단지 인근 25km 이내는 청정지역이다. 관세·거주세 등 각종 세금도 면제된다. 인도 정부가 이 곳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도 제약산업의 급성장 이면에는 적잖은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임상실험과 관련된 윤리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실험이 각종 규제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이는 곧 환자의 안전문제와 직결된다.
김 과장은 "인도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임상실험은 많은 수의 환자가 필요한 임상실험 3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곧 임상실험의 부작용과 결부돼 비정부단체(NGO)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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