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MB" 롯데의 애정공세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3.05 15:03

임원인사, 물가안정 MPB전략, 농업CEO단체와 협약 등 친MB 전략 쏟아내

이명박정부에 대한 롯데그룹의 구애공세가 점입가경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신격호회장이 박정희대통령에게 직접 로비하던 시절이 연상될 정도다.

롯데그룹은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종합지와 경제지 등 모든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유통업계에서 유일할 뿐더러 롯데 스스로도 이런 성격의 광고는 처음이다.

어느 기업보다 보수적인 롯데의 평소 이미지와 비교해 볼 때 다소 파격적이었다는 게 재계 일반의 반응이다.

그런가 하면 롯데마트는 지난 4일 노병용대표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MPB(우수중소생산자 브랜드) 전략을 발표했다. 우수한 저가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 공교롭게도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3일 이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치솟는 물가에 대한 대책마련를 지시했다.

이날 롯데는 극히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 소식을 하루 전날 예고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언급한 직후 간담회를 급조한 게 아닌가 하는 세간의 시선을 받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이 급히 진행돼 사전에 일정을 통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하튼 롯데는 저가상품 개발 계획 발표를 통해 대통령의 물가 안정 의지에 가장 빠르고 기가 막히게 반응한 셈이 됐다.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롯데가 MB정권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 모습은 지난달 중순 단행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에 총괄사장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이자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장경작 호텔롯데 사장을 앉혔다.

호텔롯데 총괄사장은 호텔과 면세점, 롯데월드 등 모든 사업부를 아우르는 총괄 CEO로서, 호텔부문에만 머무르던 장사장의 영향력이 격상됐다.


롯데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5일에는 롯데마트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까지 입각하기 전 회장으로 몸담고 있던 한국농업CEO연합회와 상생협약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롯데마트와 연합회가 농식품 전분야에 걸쳐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대형 할인점은 농축수산 등 식생활 전분야에 걸쳐 산지와 직거래를 하거나 사전 계약을 통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지 농협 등 단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게 보통이어서 한국농업CEO연합회와 협약 체결은 이명박 정부에 '점수 따기'의 일환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4일 MPB 전략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시간을 할애해 한국농업CEO연합회와 상생협약을 예고하며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곳의 회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는 롯데가 현 정부에 진한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이유로 몇년째 답보 상태인 잠실 제2롯데월드와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롯데는 지난해말 정권말기의 정부를 상대로 제2롯데월드 불허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본색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에 이어 5대 그룹에 머물러 있는 그룹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여보겠다는 숨은 전략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임원 인사나 경영상 새로운 전략발표를 정권과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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