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은행,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3.15 14:11

[머니위크]통신 비즈니스의 새 장 연 '모바일뱅킹'

장사를 하는 J씨는 돈 거래는 많은데 매번 가게를 비우고 은행에 들르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 그래서 돈을 들고 다니다 써버리기도 하고 입금 시한을 못 맞춰 신용과 인간관계에 '마이너스'를 초래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최근 시도한 것이 '모바일 뱅킹'이다.

그 결과 요즘 J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걸어다니는 은행'으로 인기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은행 업무시간 외에는 "송금해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는다. J씨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대단히 편리한데 불편한 것이라면 주변의 부탁이 넘쳐나는 것"이라며 "친구들한테 모바일뱅킹한다고 알리지 마라"고 '귀여운' 당부를 남긴다.

이러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무선 통신 비즈니스의 새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모바일뱅킹'이 칩없이도 가능해지는 등 발빠르게 진화하면서 '금융 얼리어답터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2003년 9월 국민은행이 칩 기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이용고객이 해마다 4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07년 초 3세대 화상통신의 출시 등 통신환경의 변화로 모바일뱅킹 전용폰 출시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가 최근 새롭게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잇달아 모바일뱅킹 가입 고객 200만명을 각각 돌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06년말 모바일뱅킹 가입고객은 91만4000명이었으나 2007년 말엔 193만5000명으로 한 해 100만명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들어서도 하루 5000명 이상이 가입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인기 요인을 '칩없는 모바일뱅킹' 서비스에서 답을 찾았다. 예전에는 모바일뱅킹을 하려면 반드시 금융 칩(chip)을 장착한 전용 휴대폰을 구입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칩이 없어도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계좌 이체는 기본이고 펀드 매수 및 조회, 주택청약 신청 및 당첨 조회까지 가능해졌다.

◆펀드, 주식, CMA 거래까지 '척척'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모바일뱅킹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널리 사랑받는 서비스는 예금 조회 및 이체 거래다. 출퇴근길에 혹은 화장실을 가면서도 짬을 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야금야금 들어가는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송금 수수료의 경우 같은 은행 거래일 경우 은행 창구에 가면 800~15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모바일뱅킹에서는 면제된다.

대출이나 신용카드 거래도 가능하다. 대출 내역이나 대출 이자를 조회해 이자를 납부할 수 있고 신용카드의 결제 예정 금액이나 카드 이용 내역도 알아볼 수 있다. 마일리지와 포인트도 확인 가능하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사람들은 환율 조회 및 환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으며 환전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외환 거래도 가능하다. 국민은행 청약통장 가입자라면 아파트청약은 물론 당첨 조회도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재테크족에게 가장 주목 받는 펀드와 주식, CMA 기능도 휴대폰 속으로 들어왔다. 펀드 추가 매수 및 조회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총 240여종(국내펀드 60여종, 해외펀드 180여종)의 펀드 중 본인이 가입한 펀드에 대해 조회와 추가 매수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벤트 이용하면 통신요금 '0원'

휴대폰을 통한 금융서비스는 매력적이지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은행과 모바일뱅킹 서비스 제휴관계에 따라 서비스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현재 KTF 이용자에게 칩없는 방식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하고 있다. 3~4월께는 SK텔레콤, LG텔레콤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칩을 발급받아 휴대폰에 장착해야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다.

별도의 서비스 이용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바일뱅킹은 월 800~900원, 모바일 CMA는 2000~3000원 정도의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월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으면 무선 인터넷 비용 등이 꽤 많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가입 전 거래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서 서비스 이용료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최근 각 금융기관들이 신규 모바일 고객을 잡기 위한 이벤트를 열고 있으므로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국민은행은 4월30일까지 KTF 이용자 중 칩없는 인증서 방식 KB모바일뱅킹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경품 이벤트를 연다.

행사기간 중 칩없는 인증서 방식 KB모바일뱅킹에 가입하는 모든 고객에게는 이 서비스 이용에 따라 부과되는 통신요금(월정액 800원)을 올 연말까지 전액 면제해주고 행사기간 중 서비스에 가입하고 자금이체 거래실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총 1054명에게 LCD TV, 노트북, 닌텐도, 무료 통화권 등을 제공한다.

농협은 전자금융 전용 요구불예금 상품인 '매직트리' 상품에 가입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입일로부터 2년간 모바일뱅킹, 인터넷 수수료를 무조건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학생이 아닌 일반 고객에게도 연말까지 모바일,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송금, 출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메리츠증권은 KTF와 제휴한 휴대폰 증권거래서비스인 SHOW증권과 SHOW팝업증권 오픈 기념 이벤트를 3월31일까지 진행한다. 거래수수료 무료(1개월) 및 SHOW팝업증권 무료 다운로드 및 1개월 무료체험, 데이터 이용 요금지원(3개월) 등의 혜택을 준다. 증권거래 수수료가 0.024%(주식 매매)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휴대폰 서비스 인기, 인터넷 넘어설까

빠른 모바일뱅킹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대중화까지는 아직 긴 여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터넷뱅킹 등이 워낙 활성화된 상태라 모바일뱅킹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 또한 휴대폰 화면의 조그만 창 안에서 거래한다는 제약성 등이 걸림돌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식 거래 등은 길거리를 가다 갑자기 충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며 "복잡한 주식 차트 등을 보고 확인해야 하는 작업 등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서 이미 공인인증서를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편리성과 더불어 보안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금융업무 뿐 아니라 민원행정업무 등 향후 이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정액 요금제 특성상 금융 거래가 빈번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ATM기기 서비스 등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며 "그러나 인터넷뱅킹이 그러한 부정적 예상을 뒤엎었듯 모바일뱅킹이 몇 년 후면 지금의 인터넷뱅킹과 같은 입지를 구축하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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