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3월 중순 새로운 방향성 모색 예상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 2008.03.05 08:46
다시 꼬이기 시작한 수급
코스피가 힘겹게 1670선을 지켰다. 전전일 미국증시의 보합세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일 산업활동동향 발표로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흐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나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월에 비해 -1.1%p 하락하며 2003년 4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는 점과 설비투자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감소했다는 점 등은 향후 경기흐름 및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급도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반등과정에서 수급의 초점은 외국인 매도에서 기관 매수로 모아졌으나 지난 주말 이후 1700선이 붕괴되면서 외국인 매도세로 다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3일 연속으로 약 6000억원의 순매도를 했는데, 더욱 주목되는 것은 같은 기간 선물시장에서 1만5000계약 이상을 동시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반면 개인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다시 매수하기 시작해 3일간 9000억원 이상 순매수했으며, 기관도 프로그램을 감안하면 사실상 58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가 현선물시장에 걸쳐 지속적으로 출회되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강한 상승흐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금리 하락세가 달러화 약세를 부추긴다
최근 국제상품가격의 폭등에는 달러화 가치하락이 상당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하락은 궁극적으로 비(非)달러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겨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미국 외 자산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달러화 가치하락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채권값을 올리는(금리 하락추세) 가운데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련의 부정적인 경제지표들이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임에 따라 달러화 가치하락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초 77p수준이던 Dollar Index가 불과 한달 만에 73p대까지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 및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몇 번에 걸쳐 미국의 금리 하락추세와 달러화 가치 하락추세가 동조화를 보였는데, 대부분 그 시기들이 경기침체기였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자들에게 달러화 가치하락은 그리 유쾌한 소식이 아니다.



달러화 약세는 언제나 한국 주식시장에 악재인가?
그러나 달러화 가치하락을 반드시 나쁘게만 보아야 할 것인가? 달러화 가치하락이 미국의 경기둔화를 반영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는 본다면, 이머징마켓인 한국의 입장에서 반드시 악재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약세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하여금 미국외의 대체 자산시장을 찾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에 따라 추세적인 달러화 가치하락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구도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 이후 가파른 달러화 평가절하 과정이 진행됐는데(3년 만에 50% 수준으로 평가절하) 그 때에 글로벌 유동성은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일본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일본 니케이지수는 4배 이상 상승하였다.

또한 1990년대 중반에 진행된 달러화약세로 글로벌 유동성은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 집중적으로 유입됐으며, 한국시장 등 이머징마켓은 강세국면을 시현했다. 1990년 말 일시적으로 형성된 달러화 약세국면에서는 IT산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급속히 유입됐다.


2002년 이후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흐름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적자가 주요인으로 2002년 초에 120p하던 달러화가 73p까지 하락해 무려 6년 만에 약 40%가 평가절하됐다.

2002년 이후 추세적으로 진행된 달러화 약세흐름은 글로벌 유동성을 빠르고 추세적으로 움직여 중국, 인도 등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마켓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본격유입 되었으며, 원유, 금, 비철금속, 곡물과 같은 국제상품시장에도 유입되면서 최근과 같은 원자재가격 급등세를 유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엔환율의 상승은 긍정적인 시그널
결국 달러화약세는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마켓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통로역할을 한다. 즉, 상당기간 중국 등 BRICS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이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머징 성장주 중에서 이익모멘텀이 살아있는 조선업종 등은 여전히 우리의 관심업종이다.

또한 최근에는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원/달러환율은 물론 원/엔환율이 한국 수출산업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되어 더욱 긍정적이다. 특히 IT, 자동차 등 상당수의 수출주력업종이 일본과 경합을 하는 업종이라는 측면에서 원/엔환율의 상승은 고무적이다.

원/엔환율의 경우 지난 2004년 100엔당 1112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달러화 약세 속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2007년 3/4분기에는 743원 수준까지 원화가 절상되기도 했다(3년 반 만에 원화가 엔화에 대하여 33% 평가절상).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절하되는 추세에서 원/엔환율이 상승하기 시작해(원화 평가절하) 최근에는 913원까지 상승했다(8개월 만에 원화가 엔화에 대하여 22% 평가절하). 이러한 환율상의 변화는 수출경기와 수출기업의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달러화 및 원화 약세는 주식시장에 일방적으로 나쁜 소식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3월 중순까지는 혼조국면 예상
당분간 미국 경기침체 우려감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인하여 글로벌 유동성은 '당장에 먹기 좋은 떡'인 국제상품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미국 연방기준금리(FFR: Federal Funds Rate)는 3.0%이지만 시장에서는 3월 18일로 예정된 FOMC회의에서 50bp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100%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말의 금리인하 때처럼 시장의 센티멘트가 미연준의 금리인하를 금융시장 안정, 유동성 공급의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침체를 인정하고 사실상 확인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결국 FOMC회의가 예정된 3월 중순까지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른 주식시장의 혼조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은 그 이후에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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