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고객님'이라 부른지 10년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8.03.06 11:01

안건영 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



"우린 환자분들을 고객님이라고 부릅니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대표원장은 10년전인 지난 1998년 서울 돈암동에 1호점을 개원할 때부터 '환자'라는 말 대신 '고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안 원장은 "피부과를 찾는 고객들에게 주차요원이 고객들의 차를 주차해주는 '발렛 파킹'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안 원장의 생각이 '고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을 찾은 고객이 환자라고 불리울 때 이미 '의사-환자'라는 기존의 관계설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의료서비스에 '규모의 경제'를 시도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애시당초 하나의 피부과를 운영하려는 생각으로 개원을 마음먹은 것이 아니었다. 1호점 개원은 고객의 입장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는 강남역에 2호점을 내자마자 콜센터, 회계, 총무 등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진료 이외의 부분을 병원밖으로 떼내는 작업이었다.

바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 고운세상네트웍스의 시초다. 안 원장은 네트웍스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2개의 피부과를 관리하는 MSO는 정말이지 비효율적인 조직이었다"며 "하지만 현재의 '고운세상' 브랜드가 여기에서 만들어졌고, 10호점을 넘어서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자체적으로도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운세상은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가지고 고객을 맞는다. 의사는 의사의 매뉴얼, 간호사와 피부관리사는 각자에 맞는 별도의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콜센터와 고객관리시스템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전국 21개점이 모두 질높은 서비스로 고객과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의료계에도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 할인점 사이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의료가 재화의 단순 유통과 크게 구별되는 점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것"이라며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의료산업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산업화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려는 의사들이며, 가장 혜택을 입는 것은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이라며 "의료산업화를 마치 '돈 없으면 병원 못간다'는 식의 이데올리기적 논리가 오히려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최근 MSO의 상장추진 계획발표과 관련, "이제 상장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가능성, 조직의 체계, 규정 등에서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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