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前오너 父子의 성지건설 '올인'

더벨 김용관 기자, 정호창 기자 | 2008.03.03 08:00

박용오씨, 퇴출2년만에 성지건설 인수..재기모색

이 기사는 03월03일(07: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중견 건설업체인 성지건설에 '올인'하며 재기에 나섰다. '형제의 난'으로 두산그룹에서 퇴출된 지 2년7개월만이다.

박 전 회장(2남)은 용곤(장남)·용성(3남)·용만(5남) 형제와 경영권 갈등을 빚다 ‘두산 오너 일가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집안에서 완전히 제명된 상태다.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박 전 회장이 왜 건설업체를 인수했는지, 자금 조달은 어떻게 했는지 등 이번 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금 조달 어떻게 = 2일 금융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이 성지건설 지분 24.4%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자금은 총 730억원.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은 박 전 회장과 두 아들의 재산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자금은 중동계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박 전 회장은 ㈜두산 지분 10만990주(0.42%)를 보유하고 있다. 28일 종가(18만5000원) 기준으로 187억원 가량 된다.

앞서 박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후 80억원의 벌금과 소송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 중인 두산 주식 28만8000주를 매각했다.

매각일자별 종가로 추정한 매각금액은 357억원. 이 가운데 최소 150억원 정도는 벌금과 소송 비용, 생활비 등으로 소진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전 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주식 매각 대금 중 남은 현금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 등 3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박 전 회장의 장남인 경원씨도 약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원씨는 2002년 3월 전신전자(현 어울림네트웍스)를 인수했다가 2006년 5월 144억원에 매각했다.

차남인 중원씨는 두산그룹에서 퇴출된 이후 지난해 3월 코스닥 업체인 뉴월코프를 70억원에 인수했으나 8개월만인 12월, 인수가보다 10억원 정도 낮은 61억원에 매각했다.

따라서 이들 3부자의 재산을 모두 더해 최대 500억~55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자금은 박 전 회장이 중동계 펀드를 통해 충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 하필 건설업인가 = 사실 박 전 회장에게 '건설업'은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인 동시에 그가 그룹에서 퇴출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게 바로 '건설'이기 때문이다.


2005년 7월 당시 그룹 회장을 맡고 있던 박 전 회장은 박용성 회장에게 회장자리를 내주는 대신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던 두산건설(당시 두산산업개발)을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인 경원·중원씨도 두산건설에 입사해 상무로 퇴직하는 등 10년 이상 일했던 분야인 만큼 나름대로 ‘독립의 꿈’을 가졌던 것.

하지만 그룹에선 이를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이들은 두산그룹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이후 두 아들이 코스닥 업체를 인수하며 재기를 불태웠지만 불발로 끝났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 모두 건설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인맥도 풍부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계 자금을 끌어들인 것과 관련, 중동지역 건설 특수를 노렸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중동계 자금을 앞세워 건설 수주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설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수가격은 적정선 = 박 전 회장의 성지건설 인수가는 주당 5만원. 시장 전문가들은 현 기업가치에 비해 다소 높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과 미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무리한 가격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2100억원, 영업이익 187억원, 당기순이익 81억원을 기록한 도급순위 55위의 중견 건설사다. 총자산규모는 3659억원으로 부채가 1778억원, 자본이 188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성지건설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편이며, 매년 일정 수준의 순익을 올릴 수 있는 견실한 업체로 평가했다. 특히 자체 공사 비중이 높아 이익기반이 탄탄하고 토목 부문이 강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지건설의 사업 구조상 연간 2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낼 수 있는 업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과 향후 매출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딱히 비싸게 샀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형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성지건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구하면 1배 정도인데, 주당 5만원에 인수했다면 PBR을 1.6배 쳐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박 전 회장이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은 지금보다 성장시킬 자신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경영권 프리미엄과 인수자가 박 전 회장이란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과하게 높은 가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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