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00弗 유가,두가지 해석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2.29 17:50

커진 유동성의 선택 '주목' vs 실물경제 위협 '우려'

"유가가 높은 것은 투기와 지정학적 문제 때문이다. "차킵 켈릴 알제리 석유장관 겸 석유수출입기구(OPEC) 의장의 말이다.

"유가가 매우 높지만 실제 수급 요인 등 펀더멘털 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투기 수요가 유가 급등을 지배하고 있다." OPEC 관계자의 말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OPEC는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유가가 흔히 말하는 가치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왜 투자자들은 유가에 투자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유가가 본격적으로 100달러를 넘는 시점은 미국연방은행(FRB)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시점과 일치한다. 게다가 뉴욕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만 나와도 유가는 오른다.

원유는 2가지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인플레이션 헤지이고 또 다른 하나의 약달러 헤지다.

이석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원자재의 매력이 부각됐고 미국 경기둔화와 신용위기 증가로 증시부진이 더해지면서 대안투자로 원자재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빌려 실물자산인 원유에 투자함으로써 금 투자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는 자동적으로 달러약세에 대한 헤지가 되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 같은 유가 강세 등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리부 자산의 취약성을 높이게 된다. 물가가 높아지고 정책금리가 낮아지면 실질금리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1월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3%로 실질금리는 -1.3%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금리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미래 구매력의 현저한 감소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에 눌러앉는 자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밖으로 내쫓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내에서는 주식관련 자산과 상품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달러화를 버리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통화로 자금이동이 이뤄지게 된다. 박 연구원은 "커진 유동성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바뀐다"며 "실질금리가 1%대 초반까지 떨어진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외국인이 보여주는 간헐적인 순매수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OPEC의장이나 OPEC 관계자의 또 다른 말은 다른 해석도 가능케 한다.

"2/4분기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켈릴 의장

지난 4/4분기이후 신용 위기 상황에서도 원자재 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신흥경제가 강하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원자재 강세는 수요 증가의 원천인 신흥경제의 활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5년간의 원자재 슈퍼 사이클을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를 압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그동안 동반자적 관계를 이루며 균형 상태를 보이던 실물경제와 원자재 가격의 관계는 이제 너무 커져 버린 원자재가 실물을 위태롭게 하는 불균형 상태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시장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 또는 최소한의 안정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투자심리가 호전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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