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도 '신토불이'가 필요하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8.02.29 12:41

[마음골프]한옥 클럽하우스 등 한국에 맞는 골프문화를

나물도 그렇고 고기도 그렇고 제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 맛도 있고 몸에도 좋습니다. 제 나라의 음식과 함께 할 때 술도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죠.

소리도 그렇습니다.아리랑은 우리가 불러야 맛이 나고, 사미센은 일본여자가 연주할 때 멋이 있지요. 각 나라마다 창법도 악기도 다른 것은 그 땅의 기운이 달라서 일겁니다.

스코틀랜드의 골퍼는 바람이 없는 곳에서의 골프가 밋밋할 것이고, 러프는 없고 오로지 페어웨이와 벙커밖에 없는 라스베거스의 골퍼는 벙커가 그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에 가서 처음 골프를 칠 때 내 샷을 봐주고 굿~샷을 외쳐줄 캐디가 없어서 너무 섭섭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쉬어갈 그늘집이 없어서 허전하고 끝나고서 몸을 담글 뜨끈한 물이 없어서 왠지 골프가 싱겁습니다.
 
골프는 수입된 운동입니다. 하지만, 부대찌개가 이미 우리의 음식이 되어버린 것처럼 이 땅에 들어와 이미 50년이 넘은 골프는 이미 우리화된 부분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골프’라는 것이 생긴 겁니다. 그걸 더욱 발전시켜서 우리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는 골프, 문화적인 향기가 있는 골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특화된 상품이고 차별성이고 경쟁력입니다.
 
세계 어디 가나 있는 골프장을 또 하나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으리으리한 국적불명의 클럽하우스 보다는 한옥으로 클럽하우스를 만들고, 정자가 그늘집이 되고, 거기서 우리의 술을 빚어서 팔아야 합니다. 지역적으로 특화된 우리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고 고급스런 우리의 음식을 팔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지금도 전통가옥체험이나 템플 스테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법이나 다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골프장 전체가 우리의 전통정원이 되고 우리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골프를 치러 외국에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기 보다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골프를 쳐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골프 치러 외국에 나가는 것은 꼭 비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골프장을 많이 지어서 이용요금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많이 짓는다고 겨울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다고 수도권의 이용요금이 내려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골프장을 퍼블릭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으로 완전히 이원화해서 대중골프장은 이용요금과 그에 따른 세금을 대폭 완화해서 더욱 저렴하게 하고 회원제 골프장 더욱 고급화해서 충분한 요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골프의 발전방향입니다.
 
요즘의 추세를 보면 골프의 대중화는 스크린 골프가 달성할 것 같기도 합니다. 스크린 골프라는 것도 실은 대한민국이 원조라 할 수 있고 우리 골프문화의 대표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필드를 자주 나가는 것보다 스크린 골프를 많이 해서 골프 전반의 모습을 체득하는 것이 실력향상에 더 효과적입니다. 스크린 골프와 par3 골프장, 퍼블릭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이 중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회원제 골프장은 우리의 고급문화를 담는 그릇이 된다면 한국골프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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