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사파동, 민심이 끓는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2.28 18:00

고소영·강부자·땡박뉴스 등 정치권 신조어 열풍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유쾌하지 못한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인사 파동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이 신조어 생산을 부추겼다.

시작은 청와대 수석 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고소영'이 등장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란 뜻이다.

소망교회(S) 고려대(K) 영남(Y) 등 첫글자 영어 이니셜을 따 스카이(SKY)라고도 했다. 하지만 고소영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여기에 서울시 출신을 뜻하는 'S라인'이 등장, 흥행에 불이 붙었다. '고소영 S라인'은 대박이 났다.

내각 명단이 발표되자 또 한명의 연기자 이름이 등장했다. 강부자, 강남의 땅부자란 뜻이다. 27일 청문회 중 한 의원은 유인촌 문화부장관에게 "강부자를 아느냐"고 물었고 유 장관은 "선배 연기자 이름 아니냐"고 답했다.

이번 인사 파동은 '형님 인사'(김현 민주당 부대변인)란 말도 낳았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에게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대변인은 '땡전뉴스'를 응용, "땡이뉴스라도 만들 생각인가"라고 했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신조어는 주목할 만하다. 딱딱한 정치뉴스가 재밌어지는 것도 신조어 순기능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고소영도 강부자도 아닌 대다수 서민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 '고소영' '강부자'란 말은 우리 사회 패거리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줬다. 게다가 상식을 벗어난 투기·표절·자질 의혹까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니 "능력을 최우선해서 엄선했다"는 말도 영 아닌 듯 싶었다. 원희룡 의원의 지적대로 민심은 부글부글 끓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결국 한 발 물러섰지만 뒤늦은 감이 적잖다. 민심이 그토록 끓는 동안, 신조어 열풍을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 치부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
  5. 5 "남기면 아깝잖아" 사과·배 갈아서 벌컥벌컥…건강에 오히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