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격 상승, 美 가정경제 뒤흔든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02.28 10:00
고유가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이 미 가정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27일 90달러대로 복귀했지만 26일 배럴당 100.88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는 지난 4년 동안 4배 뛰며 최악의 석유파동 때인 1980년 수준에 근접했다. 이란혁명 당시인 1980년 4월 유가는 배럴당 39.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 상승분을 더할 경우, 지금의 103.76달러에 해당한다.

고유가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간 원유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던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휘발유 가격도 상승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6일 미국 휘발유 가격 전국 평균은 갤런당 3.14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2.35달러에 비해 70센트 가까이 뛰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주 동안 19센트 상승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모리얼데이 주말에는 사상 최고인 3.23달러를 찍기도 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여름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청은 올 봄 휘발유 가격이 3.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에너지청 예상을 넘어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가계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석유제품인 휘발유 상승 부담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지출 증가로 여타 부분의 가계 지출이 축소될 경우, 미국의 경기 후퇴가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의 에너지 비용 증가가 신용 경색과 부동산시장 위축에 이은 또 하나의 경제 충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1, 2차 석유파동 당시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비해선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가장 최근의 석유파동 때인 1980년대 초 에너지 비용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달했다. 하지만 경제의 에너지 집중도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1990년대 이 비중은 4% 이하로 떨어졌다.

한편 유가 상승에 따라 올해 미국의 석유 소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 전세계 석유 소비는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한 빠른 수요 증가세 속에 일 140만배럴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