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신용·지표…증시 최대변수는?

김동하 기자, 전병남 기자 | 2008.02.27 10:27

증권街 "악재 내성 커졌지만, 무게중심은 엇갈려"

주식시장이 수없이 많은 일희일비를 거치고 있다.

신용경색과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우려로 추락한 주식시장은 구제책이 발표되자 환호했다. 또 물가 및 유가, 주택판매·소비·소비자신뢰 등 각종 경제지표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며 울고 웃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변수들에 대한 증시의 내성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변수들의 '영향력'도 조금씩 엇갈리는 모습이다.

실제 미국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주가는 사흘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지표에 따르면 곡물, 원유 등 원자재 뿐 아니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가운데 주택경기와 소비자신뢰지수와 주택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주가는 IBM자사주 매입과 같은 호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앞으로는 신용문제, 물가·유가, 경제지표 중 과연 어떤 변수에 가장 주목해야할까.

27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세 변수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각각의 변수에 대한 무게중심은 크게 엇갈렸다.

◇신중론자-지표를 보세요

먼저 시장의 신중론자들은 경제지표가 증시에 또 한차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증시충격은 신용우려 대신 '경기침체'에서 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서브프라임과 관련, "큰 부분은 어느정도 지나갔고, 증시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과 전세계의 경기둔화가 증시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며, 특히 미국의 소비관련 지표가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도 '결국 경제지표가 답'이라는 입장이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노라인도 사실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중요한 것이며, 유가도 마찬가지"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가·유가 흐름을 봐야합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물가 및 유가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 변수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물가 및 유가흐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지금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지만, 물가를 내리지 못하면 금리를 내릴 수 없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물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모노라인부분은 이미 지난 번 하락 국면에서 시장에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스태그플레이션을 포함한 물가 및 유가흐름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물가는 유가 때문에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유가자체도 신흥국시장 즉 이머징 마켓의 경기호조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CJ투자증권도 지표보다는 물가 등의 가격변수에 주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지표흐름 좋지 않다는 사실은 시장에 전해진 것으로 지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이보다는 유가와 달러등의 가격변수 움직임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증시는 주택,신용문제 등의 최악이 언제냐는 '바닥찾기 게임'에 진입했다"며 "이같은 지표보다는 유가나 물가흐름이 시장의 회복세를 얼마나 저해할지가 주된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경제지표는 예상을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서프라이즈'가 나오지 않을 경우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며, 이보다는 모노라인 대책 같은 뉴스플로가 더 큰 영향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번 시장을 급락세로 몰았던 전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지수가 다음달 안좋게 발표되더라도 시장이 큰 쇼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경제지표에 대한 '내성'은 최근 확연히 눈에 띈다. 지난 25일 1월 기존 주택 판매 발표결과 전월 대비 0.4% 떨어진 489만채(연률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9년래 최저 수준이지만, 예상치 480만채를 웃도는 탓에 증시를 억누르지는 못했고 뉴욕증시는 1%넘게 반등했다.

경제지표에 주목해야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현대증권도 "이제는 유가가 방향성을 쥐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1위 채권보증사인 MBIA에 대한 S&P 및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유지 및 2대 채권보증사인 암박에 대한 대형은행의 30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이 진행 중임에 따라 미 모노라인 신용등급 하향조정 우려에 의한 신용경색 확산 우려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 경기회복과 관련해 남은 관건은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 여부"라고 밝혔다.

◇신용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당장 '모노라인 구제책'의 실현여부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보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보다도 신용경색 우려와 미국 투자은행 주가가 가장 큰 단기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주 증시에 있어서 당장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 모노라인 관련해서 은행출자를 통한 해결책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 여부와 미국 투자은행의 주가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모노라인 구제책'을 가장 큰 변수로 꼽고있다.

양 팀장은 "당장 모노라인 업체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이 일어날지, 구제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그 다음으로 2월 미시건 소비자신뢰지수(29일) 등 지표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도 "당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역시 모노라인 등 서브프라임 부실의 후폭풍"이라며 "모기지 관련 채권 전 분야와 차입대출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투자은행의 추가상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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