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장관에 발목잡힌 李정부 '어쩌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2.26 18:05

통합민주당 장관 교체하라vs내부분란빠진 한나라당vs장관구하기 나선 청와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큰 난관에 부딪쳤다. 한승수 국무총리 인준도 진통이지만 장관 임명 과정은 그야말로 난항이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7일과 28일 열리지만 정치권 기류는 심상치않다.

최대 쟁점은 남주홍 통일부 장관,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등 2인의 거취 문제. 남 후보자는 강경한 대북관과 가족 국적문제,부동산 투기의혹, 박 후보자는 절대농지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남주홍,박은경 교체하라"= 통합민주당은 두 사람을 부적격자로 판단내리고 장관 후보자를 교체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각종 투기와 부정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에도 응할 수 없다는 초강경 자세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나 '강부자'(강남 땅부자)가 아니면 이 정부에 참여할 수 없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 추천된 인사를 즉각 교체하고 폭넓게 인사를 발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당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남주홍,박은경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이콧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남주홍,박은경 후보자는 언론보도 만으로도 바꿔야 할 사유가 충분하고, 이는 국민에 대한 신정부의 예의"라며 "하루라도 빨리 국민이 납득할 후보로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정봉주 의원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장관 후보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룻밤 자고나면 계속 터져나오는 문제점들을 인사청문회에서 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총선용 공세"=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의 장관후보자 교체 주장에 대해 "다수야당의 횡포이자 총선용 정치공세"라며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사청문회조차 하지 않겠다는 건 야당으로서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두 후보자에 대한 해명도 덧붙였다. 안 대표는 "청와대에서 재확인한 결과 남주홍,박은경 후보자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절대농지를 투기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의 경우 "부동산을 취득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농지는 절대농지라도 취득하는 데 불법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남 후보자를 둘러싼 이념 및 부동산 의혹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임명할 때도 극도의 친북좌파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어서 반대의견을 냈지만 청문회까지 열고 적법하게 토론했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이런 사람 뽑아야 하나"=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서 총대를 메야 할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장관,수석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잇따라 터지자 "4.9총선을 망치려고 이런 인선을 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최소한의 도덕적 수준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땅을 사랑한다”든지 “30억 모은 것은 양반이다” 등 장관 후보자들의 해명발언으로 오히려 민심이 험악하다"며 "한나라당도 무조건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일게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검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정관계에서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라며 "견제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국민은 권력이 오만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등을 돌려버린다"며 "지금 진행되는 정부 인선과 한나라당 공천은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장관 구하기 나선 청와대=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장관 구하기에 급히 나섰다. 류우익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이 통합민주당,민주노동당 대표를 찾았다. 명목상 취임 인사 자리였지만 장관 인사청문회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러다가 29일 첫 국무회의를 열어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를 만난 류 실장은 "손 대표의 성에 다 차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분들을 모시려고 애썼고 한사람 한사람이 귀중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세심히 능력과 자질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격동의 시대를 지나면서 (탈) 한점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국회에서 크게 보고 완벽하지 않은 부분은 포용하고 관용이라는 큰 틀의 시각으로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회는 27일 유인촌(문화체육관광) 이윤호(지식경제) 이영희(노동) 강만수(기획재정) 유명환(외교) 등 장관 후보자 10명에 대한 청문회를 일제히 실시한다. 28일엔 법사위에서 김경한(법무) 후보자, 건설교통위에서 정종환(국토해양)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를 연다. 사퇴 논란에 휩싸인 남주홍·박은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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