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도 항복한 오픈마켓, SKT는 다를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 2008.02.26 14:30

SKT, '11번가'로 오픈마켓 출사표..성공 여부와 업계 영향은?

통신시장의 공룡 SK텔레콤이 오픈마켓 '11번가'를 런칭, 본격적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통업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시장구조가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는 판이하게 달라 업체들이 시도했다가 손을 들고 나간 사례가 많다. 특히 오픈마켓은 유통업 중에서도 특이한 시장으로 꼽혀 옥션, G마켓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시장에 통신업계의 강자이면서 최근 사업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SK텔레콤이 진입하자, 관련업계는 SK텔레콤이 어떤 전략으로 오픈마켓 사업을 펼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린 달라"..SKT 성공비법 있다?

SK텔레콤은 26일 '11번가' 런칭 간담회에서 "몇몇 대기업이 오픈마켓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좀 다르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SK텔레콤이 자신들의 강점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면서 소비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 이는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유통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 고객기반 확보 차원에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통신서비스나 OK캐쉬백 등을 통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SK텔레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통신, IPTV, DMB 등 다양한 채널과 기술력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오픈마켓에 진입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빠르지 못한 의사결정과 자금의 적절한 배치 실패로 보고 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만큼 다이나믹한 시장이 없는데, 대기업은 시장을 쫓아가기에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다"며 "또 대부분 준비기간이 길지 않아 돈은 많은데 적절하게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CJ홈쇼핑의 오픈마켓 '엠플'이 결국 항복선언을 하고 철수한 것, GS홈쇼핑의 오픈마켓 'GSe스토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

이런 관점에서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좀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SK텔레콤의 경우 일반 대기업과는 다르게 의사결정이 빠르고, 또 준비도 철저하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11번가'를 위해 오픈마켓 사용자(구매자, 판매자)들의 생활패턴과 니즈를 오랜기간에 걸쳐 파악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시장 자체가 포화된 시장이고, 과거에도 통신업체에서 성장해 분사한 오픈마켓의 경우 지금 그다지 잘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인터파크가 그 사례로 인터파크는 데이콤 사내벤처로 시작해 나중에 분사한 오픈마켓으로 한때 성공하는 듯 했지만 지금은 옥션과 G마켓에 밀렸고 수익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11번가'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측은 '11번가' 역시 출발이 인터파크와 비슷하고, 현재 오픈마켓 시장은 인터파크 시작때보다 더 경쟁이 심하고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성공을 쉽게 자신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SKT 진입에 엇갈린 관련업계 반응

오픈마켓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의 진입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신뢰도를 높여 긍정적이라는 입장과 경쟁이 더 심해져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나뉘는 것.

우선 옥션, G마켓 등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은 '11번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옥션 관계자는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 브랜드가 이 시장에 진입해 시장 전반에 가져다 줄 공신력과 브랜드 가치 등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또 새로운 경쟁기업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시장의 파이 확장에 대한 기대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 업체들은 SK텔레콤의 자금력과 새로운 서비스 등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옥션은 여행, 티켓, 검색서비스 등 다양한 무형의 상품을 기존 유형 상품에 더하고 각종 재미요소를 더해 나가 궁극적인 쇼핑포털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터파크도 다양한 사업자들과 제휴, 검색, 가격비교, 상품 관련 콘텐츠 강화에 나설 계획이고, G마켓 역시 좋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11번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업체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도 만만치 않다. 포화된 시장에서 결국 제로섬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영향으로 시장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겠지만 제한적이고, 결국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오픈마켓의 신뢰도 향상 역시 지금은 소비자들이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미 상품을 보고 사용하지 대기업 브랜드라서 신뢰한다는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막강한 자금력을 지난 SK텔레콤의 진입으로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마케팅비용 증가 요인으로 이어져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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