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제경제의 변방에 놓여있던 이 인도 기업의 행보에 세계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도의 정보통신(IT)과 제약업체들이 전세계로 팽창하기 시작한 전조라는 점를 간과한 것이다.
타타스틸은 순식간에 세계 5위 철강업체로 도약했다. 타타스틸의 창립 100주년에 이뤄진 이 이벤트는 전세계에 '인도' 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각인시켰다.
◆구원투수 '라탄 타타'= 타타스틸이 속한 타타그룹은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이다. 1868년 페르시아계 상인의 후예인 잠셋지 타타가 뭄바이에 설립한 섬유무역업체로 출발했다. 이후 차(茶)·소비재·철강·전력·통신·호텔·제약·자동차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한때 자회사 수가 300개를 넘었다.
누란의 위기에서 그룹을 구한 것은 라탄 타타(70) 현 회장이다. 창업자 잠셋지 타타의 손자다. 경영권을 넘겨 받은 이 구원투수는 구조조정을 통한 선택과 집중에 몰두했다. 자회사들에 '세계 3위 진입 가능여부' '국제경쟁력' '수익성' 등 3가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화장품·쿠킹오일·섬유·시멘트 등이 퇴출됐다.
처절한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직원 7만8000명 중 4만명이 해고됐다. 철강·자동차와 같은 주력사업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라탄 타타는 1998년 '인디카'라 불리는 인도 최초의 토종 국민차를 만들며 첫번째 도박에서 성공을 거뒀다.
2005~2006 회계연도의 그룹 총 매출액은 219억 달러. 30억 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2006~2007년 매출은 두배가 넘는 5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코러스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탓이다.
◆세계 M&A의 새 강자= 10년간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이뤄지자 라탄 타타 회장은 중대 결단을 내렸다. 제2의 성장동력으로 인수·합병(M&A)을 선택한 것. 타타 티의 테틀리티 인수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 전략은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로 정점에 달했다. 1991년부터 2003년까지 타타그룹의 해외기업 인수 실적은 연평균 1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4년에는 5건, 2005년에는 10건, 급기야 2006년에는 20건의 M&A를 성사시켰다. 타타그룹의 끝없는 식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라탄 타타 회장이 직접 나서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AFP와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 인수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짓고 3월 5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타타그룹의 행보는 인도의 경제 성장을 대변한다. 고도성장으로 축적된 자본을 토대로 인도기업들이 전세계 M&A 시장에 절대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6년 M&A 거래는 총 600억 달러, 불과 4년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M&A 규모의 48% 가량이 해외에 투자됐다. 인도 기업들이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을 세계적인 기업 인수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엔 '간디' 경제엔 '타타'=타타그룹은 인도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도 정치에 간디가 있다면 경제에는 타타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타타 암전문 병원(아래).
창업주의 이런 정신은 타타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이윤의 사회환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타가족의 그룹 내 지분은 타타선즈의 가족 지분 3%를 통해 운영된다. 타타 가족이 설립한 타타트러스트와 타타선즈 등 자선기금이 65.98%를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 지분의 3분의 2를 자선단체들이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타타선즈는 이익금 중 약 60%를 자선기금으로 사용한다. 매년 1억 달러 가량이 사회에 환원되고 있는 셈이다. 인도 정치가들이 타타그룹에는 정치자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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