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세계경제 위협…파국 치닫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2.26 14:16

유가-밀-원자재 동반 최고가…물가 관리, 총체적 난국

전세계적인 물가상승이 위험치를 넘어섰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곡물과 원자재 등이 직접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불어난 유동성은 금융시장을 피해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않는 이들 시장으로만 몰리는 양상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의 한편으로 몰아치고 있는 인플레이션 태풍은 세계 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지역의 경우 물가 상승이 사회 혼란을 야기할 정도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입지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곡물, 철, 에너지 등 주요 상품 가격 폭등
물가 불안의 일차적인 원인은 상품 가격의 급등을 꼽을 수 있다. 경쟁이라도 하듯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모습이다. 중국의 수요 증가가 모멘텀이 되고 있다. 미국 침체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논리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어법에 묻혔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콩 가격은 부셸당 14달러를 넘어서며 사상최고가에 육박했다. 옥수수는 부셸당 5.5달러를 넘어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6개월 동안 53% 폭등했다. 야자유 가격은 톤당 400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요즘 가장 튀는 곡물은 밀. 세계 밀 수급 불균형으로 밀 가격은 26일 시간외 거래에서 가격 제한폭(90센트)까지 상승하며 부셸당 12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처음으로 12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거래소는 가격 제한폭을 60센트에서 90센트로 상향조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고급 밀 가격은 전날 하루동안 20%나 폭등하기도 했다. 밀은 올들어서만 100% 넘게 오르는 기세를 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다시 진입하면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14달러로 마감, 7개월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 봄 4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브라질의 발레는 철광석 가격을 65% 인상했고 전기동 가격은 8000달러를 넘어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세계 주요 상품 가격 흐름을 대변하는 로이터/제프리의 CRB인덱스는 올들어 15% 가까이 올랐다. S&P500지수가 올해 6.6% 급락한 것과 대조된다.

◇심상치 않은 전세계 물가상승
최근 상품 가격 상승의 특징은 의식주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곡물, 에너지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중동과 중국 등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위험수치로 상승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2.0% 수준에 불과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1월 4.3%로 치솟았다. 연준(FRB)의 인플레 목표치는 2%대다. 경기침체 증거가 하나둘 나오는 상황에서 물가가 급등하자 미국이 1970년대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15개국의 올해 평균 CPI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6%로 높였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은 더욱 힘들어졌다. 경기둔화를 막기보다 ECB 본연의 임무인 물가 안정을 더 신경써야하는 것이다.

중국의 물가도 수상하다. 1월 소비자 물가는 7.1% 올랐다. 이는 예상치를 넘는다. 전망도 어둡다. 도이체방크는 2월 7.8%, 3월 8.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6.8%로 대폭 상향했다. 폭설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시중의 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하는 중동 국가들은 요즘 물가 급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될 정도다. 10년간 물가상승이 없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공식적으로 물가가 6.5% 올랐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는 금값은 주중 온스당 950달러를 훌쩍 넘어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인플레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인플레 심각..사회문제, 국가간 갈등 조짐도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동 지역의 일부 시민들이 치솟는 물가를 견디다 못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며 석유로 부를 축적한 이 지역이 물가상승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약세까지 겹쳐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계란 감자 오이는 하루밤새 2배로 튀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대중들의 저항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으며 앞서 12월에는 19명의 성직자들이 이례적인 성명을 내고 위기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급등 여파로 절도와 사기는 물론 부자와 빈곤층 사이의 위화감도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무장한 강도로 변신하는 시민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부가 늘어나면서 부패와 경제 형평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요르단대 전략연구 센터의 여론 담담 본부장인 모하메드 알-마스리는 "국민의 3분2가 공공 부문과 사적 영역의 심각한 부패를 느끼고 있다"며 "중산층은 점점 더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사회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상승을 둘러싼 국제사회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날 카자흐스탄 정부는 밀 수출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해외로 나가는 물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식량을 무기로 삼는 '먹거리 민족주의' 성향을 지적하고 있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아르헨티나는 이미 수출 감소 방침을 밝혔다.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나라간 경쟁은 한층 달아올랐다. 이라크와 터키는 창고를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밀 수입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이 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곡물 가격이 오를수록 이를 무기로 삼는 민족주의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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