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대규모 상각 전망 "너무 심하다"

유일한 기자 | 2008.02.26 11:03

씨티 등 은행 추가상각 전망 잇따라.."지나치다" 지적도

월가의 대형 은행들에 대한 흉흉한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로 대규모 추가적인 자산 상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너무 주눅 들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실적 대규모 하향
25일(현지시간) 은행주 하락을 주도한 장본인은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는 이날 씨티그룹의 부실자산 관련 추가상각 규모가 최대 1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한 근거로 은행들의 지난해 하반기중 부실 상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올 1분기에는 서브프라임을 포함한 모기지 관련 채권 전체와 담보 대출로 확산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회사별로는 베어스턴스의 추가상각이 14억달러로 가장 작은 반면, 메릴린치 40억달러, 모건스탠리 31억달러, 리먼브러더스는 35억달러, JP모간 역시 34억달러의 추가상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의 1.4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의 경우 자산상각 규모가 최소 100억달러에서 최대 1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1분기 순이익 전망치도 당초의 주당 40센트에서 15센트로 낮추고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주당 2.75달러에서 2.5달러로 하향했다.

JP모건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기존의 주당 96센트에서 70센트로, 연간 주당 3.70달러에서 3.44달러로 내렸다.

모건스탠리에 대해서도 1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주당 1.65달러에서 1.25달러로 조정했다.

골드만은 또 정부가 지원하는 모기지 업체인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내렸다. 이번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각각 42억달러와 26억달러의 상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씨티 배당 삭감 전망한 애널, 또다시 흉흉한 공세
이에 앞서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는 씨티그룹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도를 추천했다. 그는 최초로 씨티가 지난해 배당금을 줄일 것이라며 충격을 준 인물이다. 휘트니는 이번 분기 씨티그룹이 16억달러(주당 28센트)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순이익은 주당 2.7달러에서 75센트로 대폭 낮추었다. 이 여파로 씨티 주가는 이날 2% 하락했다.

휘트니는 씨티의 장부에 있는 CDO, 차입 대출, 소비자 대출 등에서 추가적인 상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상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개월 동안 씨티가 81억달러를, UBS는 137억달러의 상각을 밝혔고 AIG는 신용 파생 투자로 49억달러를 잃었다. 수십 억달어의 상각은 이제 낯익은 이벤트가 돼버렸다.

◇전문가 상각, 너무 지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에 대한 대규모 상각 분석이 과장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DO, 차입대출(leveraged loans)처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자산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면서 대규모 상각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휘트니의 경우 씨티를 매도하면서 차입 대출 가격을 대변하는 지표(LCDX)가 최근 6% 급락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출 자산의 디폴트 위험이 그만큼 증가했으며 이를 장부에 반영해야한다는 판단이었다. 휘트니는 "투자자, 중개인들이 은행들의 대출과 부채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할 때 LCDX를 사용하기 때문에 씨티를 포함한 금융기관 역시 1분기중 LCDX의 하락을 반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시장이 악화된 것에 대한 반론은 없다. 하지만 시장 가격을 반영한 상각이 은행들의 건강함을 측정하는 최선의 방법인지는 논란이 있다.

먼저 상각을 했다고해서 그만큼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골드만은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모기지 포트폴리오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헤지를 했는데 금리인하가 단행되며 헤지 자산의 가치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헤지 자산에서 현금을 잃는 것은 없다.

문제로 언급되고 있는 차입대출도 관련 지수는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은행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지수 하락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와 이로인한 디폴트 증가라는 불안감을 의식한 결과일 뿐 은행들이 돈을 잃는 것은 없다. CDO와 같은 자산을 담보로한 채권도 디폴트를 반영해 관련 지수는 급락했지만 대다수 채권자들이 제때 이자를 지불하는 상황이다. 이자는 은행들의 이익이다.

시장위험 조사기관인 인스티튜셔널 리스크 애널리틱스의 크리스토퍼 웰런 본부장은 이 때문에 전문가들의 상각에 대해 "미친 짓"(madness)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금융기관이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컨설팅 회사인 뉴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제프리 밀러 대표는 "대규모 상각이라는 헤드라인에 너무 겁먹지 말고 상각이 담고 있는 세부사항에 주목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밀러는 "은행들이 문제가 있는 채권과 대출을 매각하지 않고 장부에 두고 있다는 것은 기초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손실을 반영해 상각을 앞당긴 금융회사의 경우 신용경색이 호전되면 오히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며 '특별 이익'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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