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따뜻한 자본주의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사회연대은행 이사장 | 2008.02.25 00:20

[시론]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란다

날이 갈수록 소외받는 이웃들이 많아져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가도, 시장도, 시민단체들도 경계를 허물어 가면서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경제 성장률은 제자리에서 맴돌 뿐 서민경제 생활을 안정시킬 만큼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새 대통령은 복지와 경제의 균형을 새로 찾아야 하는 이러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취임 축하와 함께 '따뜻한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에 실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신정부는 '능동적 복지'의 기치 아래 저소득층도 잘 살 수 있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실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가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의 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부자들이 앞장서도록 독려하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불균형에서 야기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부활할 수 있도록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육성시키는 것이다.

5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꼭 정착시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이러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키우는 여러가지 길 중 하나다. 마이크로크레디트란 금융을 이용할 수 없어 빈곤의 악순환에 접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자립기금을 빌려주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생계유지는 물론 자녀의 교육까지 당당하게 책임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면서 결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을 받은 업체들을 '무지개가게'라고 표현한다. 무지개가게 대표분들을 직접 만나면 어렵게 다시 기회를 잡고 일어서신 분들에게서 분출되는 삶의 용기와 열정을 체험하게 된다.

나는 '무지개가게' 대표들이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생활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감리교를 창시한 요한 웨슬레 신부는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벌고,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저축하고,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기부하는 것이야말로 선행을 쌓는 실천 덕목이라고 하셨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 요한 웨슬레 신부 말씀처럼 정직하고 정의로운 방법과 노력으로 돈을 벌고, 필요이상의 소비를 피하며 저축에 열심이며, 그 돈을 가능한 사회와 이웃을 위한 선한 일에 많이 사용하는 것이 따뜻한 자본주의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사회의 도움이 없으면 한 순간도 생활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 복지체계의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일 테니 어느 한 쪽도 소홀히 될 수 없음을 늘 상기하여야 한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지나치게 돈이나 경제적인 것, 자본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그리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어느 추운 겨울 한 젊은이가 거리를 지나다 구걸하는 이를 만났는데 줄 것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친구여, 내 손의 온기를 주겠소’라며 구걸하는 이의 차갑게 언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하루종일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 구걸하던 이는 ‘친구여’라는 말과 따뜻한 손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며 삶을 바꿨다.

'따뜻한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따뜻함, 즉 마음이다. 이젠 경제 못지않게 사람이 서로 정을 나누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가난할 때는 서로의 마음이 오고 갔다. 지금은 모두가 ! 자가용 타고 다니고, 좋은 아파트에서 산다. 사는 것은 훨씬 편해졌지만 도무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사람들이 모두 '경제, 경제'하는데 돈에 대한 욕심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행복이 오히려 마음이 깨끗하면 행복해진다.

새 대통령 시대에는 이 진실을 터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새로 취임하실 이명박 대통령께 서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서민들은 억울함과 아픔을 경청해 주는 지도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좋은 대통령, 훌륭한 대통령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귀는 남대문만큼 크게 열어두되, 입은 아주 작아지면 된다. 말은 아주 조금만 하는 대신, 많이 듣는 것이다. 태평성대를 꿈꾸는 지도자에게 경청은 가장 우선시될 덕목이라 생각한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늘 행복할 것이다. 행복한 하느님의 아들이 되시길 축원합니다.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아편전쟁에 빼앗긴 섬, 155년만에 중국 품으로[뉴스속오늘]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