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라인과 침체의 경제학 "위기는 없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2.23 12:07

모노라인 등급 하향 美 경제 파국 의미…지원책이 안정 계기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정의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의를 침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해 헛갈리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도 있고, "침체의 경계선상에 있다"는 전문가(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경기 침체라고 보기 보다 '성장률 둔화'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주장하는 이(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있다.

최근에는 곡물, 유가 등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기침체속 물가가 상승하는 최악의 경제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위기가 30년만에 도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투자자들은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 실제 침체 보다 공포가 더 큰 영향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경우를 경기침체'로 따지는 경제학적 관례에 비춰 봤을때 아직까지 미국 경제는 침체라기 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침체 논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침체 논쟁은 심리적인 공포가 크게 좌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경제 상황은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훨씬 견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로 갑자기 신용시장 경색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올 수 있다.

◇ 모노라인 등급 하향은 美 경제 파국 의미

최근 미국 경제 위기 진행 상황을 볼때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아닌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하향 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시작한 이후 기준금리를 3%로 2.25%p나 내렸다. 특히 지난 1월 이후에만 1.25%p의 금리를 낮췄다.

이것도 모자라 연준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추가로 0.5%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하강 국면을 바로 세우는게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금융기관들과 은행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벤 배냉키 FRB 의장도 이런 목소리에 순응해 금리를 인하해온 것이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순탄하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야기된 신용경색 불씨가 모노라인으로 옮겨 붙고 있기 때문이었다. 채권보증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AAA'에서 하향 조정될 경우 이들이 보증한 2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가치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이들이 보증한 채권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채권 가격은 폭락한다. 따라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금융기관들과 개인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에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더 가혹한 제2 신용경색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12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상각하고 주가가 반토막난 금융기관들에게 모노라인은 결정타를 날리게 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경제는 침체 이상의 커다란 파국에 직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노라인 지원 대책은 매우 중요한 현실이다.

◇ 반가운 모노라인 지원책 가시화

이런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신용등급 하향 위기를 겪고 있던 채권보증업체 암박에 대한 30억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이 다음주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암박에 대한 자금 지원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음주중 30억달러 가량이 공급될 것이란 보도였다. 암박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AAA' 등급을 유지하게 돼, 암박이 보증한 5660억달러 규모의 채권도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79%씩 상승했고, 나스닥도 0.16% 올랐다. 막판까지 하락하다 암박에 대한 구제금융이 투자심리를 크게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채권보증업체 구제방안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구조화 채권과 우량한 지방채 사업 부문을 분리해, 지방채까지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자는 방안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조셉 브라운 MBIA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지방채 보증 부문을 위험이 큰 구조화 채권 부문과 분리해야 한다"고 분리론을 지지했다. 암박도 분리 움직임이 가시하되고 있다.

◇ 모노라인 지원책 계기 위기 안정될 것

채권보증업체들이 안정될 경우 신용위기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이 경우 금융회사들도 대규모 상각에서 벗어나 하반기쯤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최근 지난 4분기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일부 대형 은행의 '실적 쇼크'로 부진했던 S&P 500 기업의 분기 순익이 올 하반기엔 정상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올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0.8% 떨어지지만 2분기 들어 1.1% 증가세로 돌아선 뒤 하반기엔 15% 이상의 증가율을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다.

데이비드 드롭시 톰슨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금융사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상각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번 채권보증업체들의 등급 하향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경우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대신 말 그대로 몇분기동안 성장률이 둔화되는 경기 둔화만을 겪고 끝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나오고 있다.

피셔 총재는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린 페트롤리엄 클럽 행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가장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마이너스 경제성장이라는 급격한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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