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교수 | 2008.02.22 13:02

[마음골프]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하라

누구나 골프를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지요. 좌절의 고배, 절망의 나락. 저도 참 많이 있었습니다. 연습장에서 그렇게 잘 맞아주던 공이 필드에 가서는 전혀 모르는 채 외면할 때, 기가 막힌 라운드에 이은 바로 그 다음 라운드가 까닭도 없이 엉망진창일 때, 아웃코스의 스코어와 인코스 스코어가 동일한 사람이 쳤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를 때.

그럴 때, 정말 골프를 때려치우고 싶어지지요. 누구누구가 클럽을 부러뜨렸다거나 누군가는 골프 백을 물속에 던져버렸다 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그 때 마다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최선을 다했니?”생업을 다 포기하고 가정도 포기하고 올인 했냐는 뜻이 아니라 골프라는 것을 내 삶 속에 정확히 위치 지우고 그에 걸맞은 만큼의 노력을 다했느냐고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장에 가기로 한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냐’는 물음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으면 ‘하고 있느냐’는 물음이었지요. 느린 걸음으로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벼락치기로 한 시험공부, 성과가 안 나왔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대부분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이기에 또 포기를 못했습니다.

그러다 또, 골프가 미워질 때면 물었습니다. “내 목표가 뭔가”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은 옳은지?” 내 삶에 있어서 골프는 도대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프로가 되려는 것인지, 즐기자는 것인지? 어떤 정도의 스코어를 내가 지향하는지? 그리고 그 스코어에 합당한 삶의 조건 속에 내가 있는지를 가만히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삶의 조건보다 더 높은 골프의 수준과 경지를 지향하고 있고 바로 그 괴리가 제 골프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또 포기를 못하고……
 그러고서도 골프가 짐스럽게 느껴질 때면 “올바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를 또 물었습니다. 가는 방향이 올바르더라도 길이 잘못될 수가 있는 것이니까요.
 

골프의 대가들이 책을 통해서 수도 없이 얘기하고 강조해마지 않는 집중, 명상, 몰입, 평상심, 자연, 신뢰라는 골프의 본질과는 너무도 먼 길로 돌아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물음들이 있어 여기 이 자리까지 왔나 봅니다. 그런 물음들이 있어 골프 아닌 다른 것들도 포기하고 않고 견디며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골프! 너무 힘줘서 잡을 일도 아니지만 너무 쉽게 던져 버리지는 마세요.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마음골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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