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1위 고수위한 '쇼'는 계속된다

송정렬 기자 | 2008.02.28 10:50

[머니위크]KTF 3G 이통 'SHOW' 출범 1년


SHOW(쇼)가 이동통신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세살짜리 아이부터 칠순 노인까지 쇼를 연발하면서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쇼는 '영상전화'로 불리는 KTF의 3세대(G) 이동통신서비스 브랜드. 전국 방방곡곡에서 쇼의 막이 오른 건 지난해 3월. 1년만인 2월20일 현재 쇼가입자수는 4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이동통신가입자의 10% 정도가 쇼를 쓰고 있는 셈이다.

쇼는 기존의 단순한 음성통화에서 영상 등 데이터통화로의 이동통신서비스 세대교체를 주도하며 1년 만에 전 국민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KTF가 사운을 걸고 런칭한 쇼가 초기 흥행에선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KTF는 이를 통해 3G 이동통신시장의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쇼의 흥행이 지속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쇼의 흥행이 롱런할 경우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SK텔레콤이 주도해온 시장판도에 변화가 예고된다. KTF와 SK텔레콤은 불꽃같은 3G 서비스 경쟁을 벼르고 있다.

◆KTF, SK텔레콤을 넘기 위한 20년의 도전

KTF는 지난 1997년 10월 PCS방식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다. KTF는 20년 만에 매출 7조원대, 가입자수 1372만명을 가진 세계적인 통신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KTF는 국내 이통시장에서 만년 2위 신세를 면치 못했다. SK텔레콤이라는 절대강자가 시장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에겐 말그대로 넘어설 수 없는 '벽'.

SK텔레콤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한 셀룰러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를 개시, 국내 이통통신시장의 지평을 열었다. 현재 SK텔레콤의 가입자수는 2196만명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50.5%.

선발사업자로 축적한 기술 및 마케팅 능력, 매년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은 시장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SK텔레콤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의 아성에 거세게 도전했다. 특히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인 KT의 이동통신자회사인 KTF는 SK텔레콤을 넘는 것은 태생적인 숙제였다. KT로선 민영화과정에서 알짜기업인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SK그룹에 넘겨야했던 아픔을 갖고 있기 때문.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도전에도 SK텔레콤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800MHz 주파수, 강력한 브랜드 파워 등 SK텔레콤은 이미 최상의 경쟁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SK텔레콤을 원천적으로 1.8GHz 주파수를 이용, SK텔레콤에 비해 더 많은 수의 기지국을 설치해야하는 등 불리한 조건을 가진 KTF가 따라잡기는 사실상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만년 2위 탈출을 위한 회심의 카드, SHOW

하지만 '절치부심'하던 KTF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이동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이통통신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3세대 이동통신기술인 IMT-2000이 등장한 것이다.

IMT-2000은 음성통화 중심의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와 달리 음성 뿐 아니라, 영상통화, 고속 데이터, 글로벌 로밍까지 제공하는 신개념의 통신서비스.

이통 3사가 지난 2001년 '꿈의 이동통신기술'로 불리는 IMT-2000사업권을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SK텔레콤과 KTF는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이 다수 채택한 비동기식(WCDMD) 사업권을 LG텔레콤은 동기식 사업권을 각각 따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IMT-2000시장이 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통사 입장에서 기존 네트워크 구축에 투입한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네트워크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SK텔레콤과 KTF도 3세대 서비스의 속도를 조절했다.

이에 따라 WCDMA 서비스는 2003년말 상용화됐지만 네트워크 투자지연과 전용 단말기 미비 등으로 인해 3년여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3G 시장에서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은 바로 KTF. KTF 입장에서 만년 2위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장이 필요했다. 즉 동일한 2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등 동일한 조건하에서 경쟁하는 새로운 3G 시장에선 SK텔레콤을 충분히 꺽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KTF는 지난해 3월까지 투자력을 총동원, SK텔레콤에 비해 한발 빠르게 WCDMA 전국망을 구축했다. 2003년부터 무려 약 2조원을 쏟아부었다. 본격적인 3G 가입자 몰이를 위한 쇼를 시작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쇼 올인 전략…쇼는 계속된다

KTF는 3G 이동통신서비스 브랜드를 쇼로 결정하고, 지난해 3월부터 전국에서 쇼를 시작했다. KTF는 전사적인 역량을 쇼에 쏟아붓는 말그대로 쇼 올인 전략을 구사했다.

KTF는 쇼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가입자를 모으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또한 이마트 요금제 등 할인마트, 영화, 보험 등 다양한 업종과 제휴, 실속있는 생활밀착형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총 22종의 전용단말기를 내놓고 가입자 확대에 나섰다.

일각에서 KTF의 쇼 올인전략에 우려도 제기했지만 효과는 곧 실적으로 드러났다.
KTF의 쇼 가입자수는 3월 전국 서비스 개시 이후 7월 100만명, 9월 200만명, 12월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가입자 증가세는 여전해 2월20일 현재 406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KTF는 3G라는 차세대 시장에서 SK텔레콤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특히 데이터 사용이 많은 3G 가입자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액(ARPU)은 기존 2G 서비스 가입자에 비해 30% 이상 높아 KTF 입장에선 3G 가입자의 증가는 두배의 기쁨이 되는 셈이다.

KTF의 올해 경영목표는 '3G시장 1위 고수'다. 올해도 전력을 다해 쇼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KTF는 올해말까지 쇼 가입자수를 770만명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40여종의 전용 단말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올해 3세대에만 6800억원을 비롯해 총 98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어떤 일 있어도 3G 1위 지킨다"

하지만 KTF가 쇼를 앞세워 3G 시장을 선점함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동통신시장의 1위 업체인 SK텔레콤도 점차적으로 3G 서비스에 무게를 싣고 있다.

SK텔레콤이 KTF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SK텔레콤의 3G 가입자수도 이미 330만명을 돌파했다. 여전히 60만명 이상의 격차가 있지만 KTF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3G 올인 전략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도 KTF에겐 만만치 않은 숙제다. 지난해 KTF가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무려 1조5973억원. 전년에 비해 40.9%나 늘어난 수치다. 쇼를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쇼을 위한 출혈도 많았던 셈이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SK텔레콤의 추격전이 본격화되고 있어 KTF로선 더욱 마케팅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KTF와 SK텔레콤의 3G시장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올해 3G 가입자수가 무난히 1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TF로선 올해 어떤 일이 있어도 3G 1위를 지켜낸다는 각오다. 쇼를 통해 앞장서 개척해 온 3G 시장을 넘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성장세를 보이는 3G 시장에서 더이상 KTF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1위 사업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쇼로 점화된 영상전화 시장의 패권을 두고 KTF와 SK텔레콤이 벼랑끝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초기 흥행에 성공한 쇼가 롱런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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