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표지석, '現代' 건설을 위한 상징투쟁?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2.21 16:58
이명박 정부에서 해양수산부가 폐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미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는 해양수산부라고 새겼던 표지석이 사라지게 되는 대신 '現代(현대)' 표지석이 5년 5개월 만에 원래 자리를 찾아 와 있다. 계동 사옥과 함께 현대를 상징했던 바로 그 표지석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돌들의 교체가 아니다. 시대가 변했고 권력의 주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정주영 창업주의 이름과 현대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의 약사와 이명박 사장 취임 등의 내용을 담은 '現代' 표지석의 등장은 그런 의미에서 예사롭지 않다.

현대그룹 계동 사옥이 준공된 1983년 세워져 현대의 상징물처럼 여겨졌던 이 표지석은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그룹으로부터 계동 사옥을 사들인 직후 치워졌다. '왕자의 난' 때 생긴 형제간의 앙금 때문이었다는 관측이 주류를 이뤘다.

표지석의 재등장에 얽힌 설은 분분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견해에서부터 정몽구 회장의 의견을 냈다는 설에서부터 정몽준 의원의 요청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동의했다는 설까지 다 그럴 듯 하다.

현대차나 중공업측은 "범현대가 오너들이 현대의 상징인 표지석을 복원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는 정도의 의견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막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어쩌면 잘 모르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MK, MJ 본인들만 아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


아무튼 연일 삼성특검이 신문을 도배질하는 삼성 수난의 시대에, '現代' 표지석의 등장에서 재계는 다시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의 화려했던 '현대'를 건설하려는 아들들 혹은 범현대가의 의중을 느끼고 있다.

'현대정신'으로 무장했고 현대의 영화를 일궈냈고,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남달랐던 범현대맨들은 '현대 유니콘스'라는 아이콘이 사라진 대신 '現代' 표지석이 복원된 데서 다소간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옛 현대맨 이명박이 대통령이 돼서 돌아온 지금, 재계는 표지석의 복원에서 '현대의 시대'가 다시 열릴 지 주시하고 있다. 현대의 건설은 '현대건설' 인수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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