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검 '어록'으로 되돌아본 '38일'

장시복 기자 | 2008.02.21 11:38

"이자리 피하고 싶었다" → "만족할 만한 결실 거둬"

지난달 11일 '이명박 특검'에 임명된 정호영 특검은 심난한 표정이었다. 청와대로 임명장을 받으러 가기 직전까지 그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 할 정도였다.

대외적으로는 "불편부당한 자세로 수사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내 "수사 대상이나 짧은 수사기간 때문에 부담스러웠고 사실 가능하면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가 특검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자 "헌재 결정에 따라 특검법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아직 구체적인 수사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거기에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인지라 특검보 인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그의 수심은 더욱 깊어져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인선이 마무리 되고 지난달 15일 특검팀이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그의 눈빛은 점차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는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며 자신감있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참고인 동행명령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검찰 조사조차 거부하던 핵심 참고인들이 적극적으로 특검 출석에 임하자 그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였다.

압수수색과 참고인 소환이 대체로 원활히 진행되면서 그는 "(도곡동 땅 등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를 밝혀내는게 특검의 목표"라고 할 정도로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7일 특검팀은 이 당선인을 전격 방문 조사했고 이후 "조사에 만족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여론에 '부실수사' 논란이 일기 시작하자 이같은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사 종료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이 당선인에 대한 무혐의 방침이 알려지자 발표 하루전에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떳떳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특검팀은 21일 예고됐던 대로 이 당선인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또 '누구의 것인지 밝히겠다'던 원래 목표대로 "도곡동 땅은 이상은씨 본인의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의도했던 '진실 발견과 의혹해소'라는 최종목적에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뒀다"는 말로 마지막 소회를 밝히며 특검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토록 고충을 털어놓던 '짧은 수사기간(40일)' 보다 이틀이나 일찍 서둘러 수사를 매듭지은 정 특검. 이제 수사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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